전남 도립미술관, 작품의 링거 속 금붕어가 죽어 작품 철수
볼프스부르크 쿤스트 미술관, 파리 떼의 죽음을 이용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해체
강화 확대 되어가는 동물권 보호 속에서 변화 주목

동물의 죽음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냐 '인간의 오만함'이냐를 두고 첨예한 해석이 오고 가는 것이다.

전남도립미술관 기획전시 [애도: 상실의 끝에서] / 출처 = 전남도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기획전시 [애도: 상실의 끝에서] / 출처 = 전남도립미술관

최근 전남 도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작품이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이며 철거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진행 중인 [애도:상실의 끝에서]라는 주제의 기획 전시에서 유벅(유성일) 작가의 'Fish'라는 설치 작품이 그 대상이었다.

작품은 링거 주머니 속에 물을 채워 살아 있는 금붕어를 넣어둔 것으로 표현됐는데 밀봉된 링거 속의 산소 부족으로 금붕어가 죽어나가게 된 것. 결국 개막 10일 만에 처음 전시됐던 15마리 가운데 5마리가 죽었고 관람객의 항의에 따라 남은 금붕어와 작품은 철수시켰다.

'코로나19로 가족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전쟁으로 피난가는 사람들, 기후 위기로 인한 산불처럼 상실이라는 환경 속에서 모든 개인에게 일어나는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승화의 과정을 추적해보고자 하는 전시'라는 전시회의 주제 아래 이 작품 역시 '금붕어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폭력성과 이중성을 표현'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동물 학대 논란이 퍼지며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됐다.

'백년(1990)(A Hundred Years(1990)) / 사진 = 볼프스부르크 쿤스트 미술관, 디자인붐 갈무리
'백년(1990)(A Hundred Years(1990)) / 사진 = 볼프스부르크 쿤스트 미술관, 디자인붐(designboom) 갈무리

그런가 하면 이달 초 볼프스부르크 쿤스트 미술관(Kunstmuseum Wolfsburg)은 동물 권리 단체 페타(PETA)의 고발과 관련해서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백년(1990)(A Hundred Years(1990))'이라는 작품을 해체했다. '백년(1990)'은 커다란 유리 디스플레이를 두 부분으로 나눠 한쪽은 부화하는 파리 떼를 반대편에는 밝은 빛이 나는 공간으로 구성했는데, 파리가 빛이 나는 공간으로 유인되어 소각되는 형태의 작품이다.

쿤스트 미술관 관장인 안드레아스 비틴(Andreas Beitin)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파리가 동물 복지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라고 의견을 밝혔지만, 페타는 "동물을 죽이는 것은 예술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엇이든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오만함을 보여준다"라고 주장했다.

작품을 만든 데미안 허스트는 현대 예술의 거장이자 상업적으로 성공한 예술가이지만 한편으로는 죽음과 생명을 도발적으로 표현하고 활용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다. 그는 1991년 첫 개인전에서 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에 담근 작품을 선보였는가 하면, 2012년 런던에서는 전시 기간 동안 전시장에 나비들을 풀어 죽어나가고 채우기를 반복하며 나비의 생과 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리움 박물관의 10주년 기념전에서는 수백 마리의 나비 날개를 뜯어 붙인 작품이 전시되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빔 델보예(왼쪽)와 얀 파브르의 공연 영상(오른쪽) / 출처 = 타투두(tattoodo), 데일리메일(dailymail) 갈무리
빔 델보예(왼쪽)와 얀 파브르의 공연 영상(오른쪽) / 출처 = 타투두(tattoodo), 데일리메일(dailymail) 갈무리

동물의 죽음을 이용한 것은 아니지만 예술의 과정에서 동물 학대가 논란이 된 사례도 많다. 대표적으로 돼지에게 문신을 새기는 벨기에 예술가 빔 델보예(Wim Delvoye), 공연에서 고양이를 던져 2만 건의 신고를 받은 얀 파브르(Jan Fabre) 등은 많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술에서 동물의 생명과 학대를 이용하는 것은 당분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동물권 보호 강화 및 확대되어가는 추세에서 예술의 영역을 따로 놓고 볼 수 있을 것인가, 철학이 관통하는 예술 영역에서 착취와 폭력이 용인될 수 있을 것인가 등의 담론이 어떻게 흐를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듯하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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