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균사체의 특성을 적용한 '지속 가능한 헬멧'
수차례 헬멧 교체가 필요한 아이들을 고려한 'Grow It Yourself' 헬멧
균사체와 대마 섬유 조합으로 탄생한 'MyHelmet'

안전과 친환경을 함께 잡을 수 있을까? 헬멧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자전거를 탈 때 쓰는 헬멧은 주로 발포폴리스티렌폼(Expandable Polystyrene, EPS)과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PC) 재질로 만들어지는데 이는 재활용이 불가능하거나 재활용 가능성이 매우 낮은 종류들이다. 여기에 헬멧을 구성하는 스트랩이나 버클에 쓰이는 나일론과 소형 플라스틱 등도 재활용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헬멧의 가치와 기능성을 고려했을 때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쉽게 바꿀 수도 없는 일. 이런 와중에 몇 해 전부터 '지속 가능한 헬멧'에 대한 연구와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거기에는 버섯이 힌트가 되고 있다.

'Grow It Yourself' 헬멧 / NOS 홈페이지 갈무리
'Grow It Yourself' 헬멧 / NOS 홈페이지 갈무리

멕시코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 'NOS'의 디자인 팀은 버섯 균사체에서 힌트를 얻어 'Grow It Yourself(GIY)'라는 헬멧을 선보였다. 멕시코의 생명공학 스타트업 '폴리비온(Polybion)'과의 제휴를 통해 개발된 이 헬멧은 균사체가 거품처럼 자라나는대서 착안해서 충격에 대한 완충효과를 부여하도록 설계되었다.

사실 균사체는 자세히 보면 매우 촘촘하게 짜여 있어 최근 '비건 가죽' 재료로서 높은 인기를 구가할 만큼 매력적인 재료다. 저비용과 생분해성으로 지속가능성에서도 장점을 가지고 있는 균사체는 방수와 내화성도 인정받아 건설 산업에서도 그 쓰임이 확대되고 있다.

GIY 헬멧은 이런 균사체의 특성을 활용해서 성인이 되기까지 몇 개의 헬멧을 교체해야 할 아이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아울러 농촌 지역에 새로운 바이오산업을 조성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받고 있다.

'MyHelmet' 헬멧 제작 과정 / Studio MOM 홈페이지 갈무리
'MyHelmet' 헬멧 제작 과정 / Studio MOM 홈페이지 갈무리

네덜란드의 디자인 스튜디오 'Studio MOM'은 균사체로 헬멧의 본체를 만들고 외피와 스트랩은 대마 섬유로 만든 친환경 사이클 헬멧 'MyHelmet'을 선보였다. Studio MOM에 합류한 디자이너 알레산드라 시스티(Alessandra Sisti)의 석사 졸업 프로젝트로 개발된 이 헬멧은 광범위한 재료연구 끝에 균사체와 대마 조합을 찾았다고 설명한다.

재밌는 것은 헬멧 본체와 스트랩을 연결하는데 접착제도 필요 없다는 사실이다. 본체를 구성하는 균사체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대마 직물과 직접 결합하기 때문에 별도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Studio MOM은 MyHelmet의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프로토타입에 대한 유한요소법(FEM) 분석을 진행했고 재료의 형태·강도·강성 및 피로도 평가를 마쳤고 말한다. 아울러 네덜란드의 기술규격인 NTA 표준 테스트 시뮬레이션에서 'promising(유망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CO2 배출량을 줄이고 화석연료가 필요하지 않으며 생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균사체 헬멧. 과연 어떤 모습으로 상용화되어 우리 앞에 나타날지 기대하며 기다려본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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