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커뮤니케이션(Health Communication) 저널, 지난 23일 게재된 연구
조사 대상자의 16.5%가 심각한 문제적 뉴스 소비의 징후 보여
뉴스 확인 강박관념 생긴 사람들...스트레스와 불안, 신체적 질병 걸릴 확률 더 높아
한국인의 67% 뉴스 회피 경험...과잉정보와 피로감 누적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과 캠페인 필요해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총기난사, 대형 산불 등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건들을 겪어온 지난 2년. 우리는 예전보다 더 뉴스에 민감한 시대에 살고 있다. 재난이 심각할수록 더 많이 뉴스가 주목받는데, 문제가 있는 뉴스 소비는 지속적으로 부정적이고 위협적인 문제와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뉴스 /사진=픽사베이 ⓒ포인트경제CG
뉴스 /사진=픽사베이 ⓒ포인트경제CG

나쁜 소식을 접하면 우리는 일시적으로 무력해지거나 걱정과 괴로운 감정이 생긴다. 이러한 감정들이 지속해서 생활에 누적되는 것은 신체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정신과 신체 건강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연구들은 많이 있어 왔다.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으면 우리의 신체를 보호하는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더 나쁜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 그 한 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 특히 문제적 내용의 뉴스를 많이 소비하는 사람은 실제로 정신과 신체 건강에 영향을 얼마나 줄까?

문제적 뉴스 소비와 정신적·육체적 질병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건강 커뮤니케이션(Health Communication) 저널에 지난 23일 게재됐다.

이 연구에서는 뉴스 콘텐츠에 몰두하고, 뉴스를 강박적으로 확인하고, 일상생활에 간섭을 경험하는 주기로 개념화한 문제적 뉴스 소비의 개념을 소개했다. 또한 뉴스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강박관념이 생긴 사람들은 스트레스와 불안, 신체적 질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은 1100명의 미국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뉴스를 읽거나 보는 것을 멈추기가 어렵다'거나 '뉴스를 보기 때문에 학교나 직장에서 종종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뉴스에 대한 생각으로 정신이 자주 멍해진다', '뉴스에 몰두한다' 등의 질문에 동의하는 정도를 물었다.

'위험한 세계에 갇히다: 문제가 있는 뉴스 소비와 정신적, 육체적 질병과의 관계' /건강 커뮤니케이션(Health Communication) 저널 갈무리

또한 피로와 육체적 고통, 집중력 저하, 위장 문제 등 신체적 질병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와 불안을 얼마나 자주 경험했는지에 대한 질문도 포함됐다.

연구원들은 조사 대상자의 16.5%가 심각한 문제적 뉴스 소비의 징후를 보였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사람들은 종종 뉴스 기사에 너무 몰두하고, 개인의 깨어 있는 생각을 지배하거나 가족과 친구와의 시간을 방해하고, 학교나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했으며 수면까지 방해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뉴스 소비에 대한 질병(정신적 및 신체적 질병)의 추정 한계 평균(인구 통계, 성격 및 뉴스 사용에 대한 분석 제어. 오차 막대는 95% 신뢰 구간을 나타낸다.) /건강 커뮤니케이션(Health Communication) 저널 갈무리

문제적 뉴스 소비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인구 통계, 성격 특성, 전반적 뉴스 사용을 통제할 때에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정신적·신체적 질병을 경험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다. 이들 중 73.6%는 정신질환을 '상당히', '매우 많이' 경험했다고 보고한 반면, 다른 모든 연구 참가자의 8%만이 빈번한 증상을 보고했다. 심각한 수준의 문제적 뉴스를 접한 사람들의 61%는 신체적 고통을 '상당히', '매우 많이'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건이 계속해서 개인의 생각을 지배할 때, 그것은 장기간의 부정적·정서적, 생리학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뉴스를 보지 말아야 하나.

해당 연구 결과는 뉴스와 우리 건강 영향에 대하여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미디어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부분 중독과 강박 행동의 치료는 문제가 있는 행동의 완전한 중단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그것은 적절한 행동을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연구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선정적인 보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인식하고 우려한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방송을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뉴스 산업이 어떻게 이러한 문제를 부추길 수 있는지에 대한 더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24시간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시대에서 매체가 직면한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기자들이 뉴스 소비자의 관심을 끌 '뉴스 가치가 있는' 기사를 선택하는 데 집중하도록 했지만, 특정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갈등 및 관심과 함께 뉴스와의 부적응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뉴스 미디어가 직면한 상업적 압력이 건강한 민주주의를 유지하려는 목표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다만, 연구 저자들은 문제의 뉴스 소비와 정신적, 육체적 질병 사이의 정확한 관계를 확립할 수 없었던 한 시점에 수집된 데이터에 대한 의존이 포함되는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의 뉴스 이용자 67%가 선택적으로 뉴스 회피한 경험 있다

이달 초 일부 소개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2022년 디지털 뉴스리포트 한국' 조사 결과에서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30%로, 조사된 46개국 중에 40위를 기록했으며, 한국 뉴스 이용자 67%가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한 경험이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미디어스에 따르면 한국언론진흥재단 최진호 선임연구위원은 "뉴스 회피 이유는 자신이 접한 뉴스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며, 동시에 특정 주제의 뉴스에 많이 노출되면서 정보 과잉으로부터 오는 피로감 누적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이용자의 뉴스 관심도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으며, 2017년도 조사 대비 뉴스에 관심 없다는 응답 비율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교육부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미디어를 무조건 수용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며, 나쁜 미디어는 수용하지 않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걸음마 단계이고 인식 수준도 매우 낮은 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 결과, 학부모의 70%는 청소년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으며,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0% 미만이었다.

심각한 재난과 걱정되는 소식들이 많은 환경 속에서도 우리의 정신과 신체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디어에 대한 선별적 자기 수용과 해석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뉴스가 위로가 되는 시대를 꿈꾸며.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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