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인 문제가 아닐 수 있는 요통, '통증 재처리 요법' 대두
요통과 정신건강과의 관련성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어
요통이 우울·불안·스트레스·정신병 및 수면 부족은 물론 자살생각을 야기하기도

분명히 허리 어딘가가 아파서 요통이라고 느꼈는데 사실은 몸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요통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요통 /사진=픽사베이

본래 요통의 범위가 워낙 넓어 원인 역시 명확하게 증명하는 것은 어렵다. 보통 추간판·후관절·허리뼈 등의 관절 또는 근육이나 척추 인대 등의 손상으로 요통을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통증이 1개월 이내일 경우는 급성, 1~3개월가량 지속된다면 만성으로 구분을 한다.

그런데 만성 요통을 치료하는데 심리치료의 적용이 늘고 있다. 요통이 신체적 질병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정신과 감정의 영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

만성 요통 환자에 대한 통증 재처리 요법 대 위약 및 일반적인 치료의 효과 / JAMA Network 홈페이지 갈무리
만성 요통 환자에 대한 통증 재처리 요법 대 위약 및 일반적인 치료의 효과 / JAMA Network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미국의사협회 정신의학회지(JAMA Psychiatry)〉에 실린 웨일 코넬 의과대학(Weill Cornell Medical College)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통증 재처리 요법(Pain-Reprocessing Therapy, PRT)'을 받은 만성 요통 환자들의 통증 강도가 확실히 감소했으며 대부분이 1년 동안 유지했다고 밝히고 있다. PRT는 통증의 원인과 위협적 가치에 대해 환자의 생각을 바꿈으로써 뇌가 신체의 신호를 적절하게 해석하고 반응하도록 훈련하는 심리 기술 시스템을 말한다. 

요니 아샤르(Yoni K. Ashar)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151명의 실험 참가자를 PRT 그룹과 위약 치료 그룹, 일반 치료 그룹 이렇게 3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그리고 치료 과정을 거친 뒤 통증을 점수로 매겼을 때 결과가 평균적으로 PRT 그룹은 1.18, 위약 치료 그룹은 2.84, 일반 치료 그룹은 3.13점을 보였다. 통증 점수는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높을수록 통증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다.

PRT의 경우 환자의 66%가 통증이 경미해지거나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구팀이 치료 1년 후에 실시한 추적 검사에서도 치료 효과가 유지되었다고 설명한다.

아샤르 박사는 연구 결과에 대해 "실제 부상이 없거나 치유된 후에도 뇌가 통증을 유발할 수 있고 환자가 고통을 잊어버릴 수 있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하는 PRT가 만성 요통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라고 평가하면서 "만성 통증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허리 통증으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 증가 /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 홈페이지 갈무리
허리 통증으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 증가 /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 홈페이지 갈무리

요통과 정신 건강과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또 다른 측면에서도 활발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만드는 '세계보건조사(World Health Survey)'를 토대로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의 연구팀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요통이 있는 사람의 경우 요통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우울·불안·스트레스·정신병 및 수면 부족이라는 5가지 정신 건강 문제 중 하나를 가질 확률이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요통이 있는 사람들은 더 높은 위험을 보였는데 우울을 경험할 가능성은 3배, 정신병을 경험할 가능성은 2.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3개국 약 19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이 같은 결과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수행한 브렌던 스텁스(Brendon Stubbs) 박사는 "우리 데이터에 따르면 요통과 만성 요통 모두 우울증·정신병·불안·스트레스 및 수면 장애의 가능성 증가와 관련이 있다"라고 말하며 "요통이 요통으로부터 회복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50세 이상 요통 환자의 우울증과 자살생각이 높다는 결과를 포함한 연구 자료 / 한국학술지인용색인 발췌
50세 이상 요통 환자의 우울증과 자살생각이 높다는 결과를 포함한 연구 자료 / 한국학술지인용색인

우리나라에서도 맥락을 같이하는 결과를 얻은 연구가 있다. 인하대학교 가정의학과 이연지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요통이 없는 사람에 비해 요통 환자의 우울증 위험은 2.1배, 자살생각은 4.7배 높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2013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50세 이상 성인 268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요통이 있는 그룹의 우울증 진단율은 9.3%로 나와 3.3%를 보인 요통이 없는 그룹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우울감 경험률과 자살생각도 26%와 16.7%로 10.6%와 3.7%를 보인 요통 없는 그룹보다 현격하게 높은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소개하면서 요통 환자의 경우 걷기 운동을 통해 우울감을 낮추는 것을 권장하기도 했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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