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구기종목이 있다. 그리고 다른 모양과 크기, 색깔 등 각양각색의 공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각본 없는 드라마가 전달된다.

그런데 문득 공의 색깔에 관한 궁금증이 생긴다. '이 종목의 공은 왜 이런 색일까?' 혹은 '이 색깔만 공식 규정일까?'와 같은 물음이다. 다음은 우리에게 익숙한 구기종목의 공 색깔에 대한 이야기다.

테니스 코트와 공 /사진=픽사베이

◇ 테니스공

'노란색이냐? 초록색이냐?'로 흥미로운 논쟁을 일으킨 테니스 공은 사실 1970년대 이전까지 흰색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흰색으로 만든 테니스 공이 당시 TV에서 잘 보였기 때문이다.

컬러 TV가 나오기 전 흑백 TV 시절에는 사물이 하얄수록 검은색과 대비되기 때문에 잘 보인다. 그래서 공 크기가 작고 속도도 빠르며 라인에 걸친 여부가 중요한 테니스 경기에서 흰색 공이 선호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컬러 TV가 대중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초기 낮은 수준의 화질과 맞물려 흰색 공은 눈에 띄기보다 오히려 알아보기 힘들어진 것. 특히 테니스 선수들의 옷과 경기장 라인, 네트 상단 역시 흰색이라 오히려 경기를 보는데 불편함이 커졌다.

그래서 국제테니스연맹(ITF)는 여러 가지 색의 공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1972년 현재의 테니스공 색깔을 공식적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기존에 사용되던 흰색 공은 1990년대까지 명맥을 유지하다가 사라졌다.

참고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에게도 팬들이 테니스공 색깔을 물어볼 만큼 색깔 논쟁이 불거졌던 부분에 대해서 국제테니스연맹은 '테니스 공 색깔은 옵틱 옐로(Optic Yellow)'라는 답을 내놨다.

트리스타에서 트리콜로로의 변천 /Backpagefootball 갈무리

◇ 축구공

축구공은 초대 월드컵이 개최됐던 1930년은 물론 이후에도 수십 년간 공의 크기나 재질이 통일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개최국의 스포츠용품 업체에서 제작한 축구공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흰색이나 갈색 등 공의 색깔도 달랐다.

그러던 와중에 1970년을 기준으로 축구공은 흰색 위주로 바뀌게 된다. 그 이유는 테니스와 마찬가지로 TV에서의 가시성 때문이다.

1970년에 개최된 멕시코 월드컵은 공인구가 처음 도입된 대회로 우리에게 익숙한 축구공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텔스타(Telstar)'가 등장했다. 20개의 흰색 육각형 패널과 12개의 검은색 오각형 패널을 엮어 만든 텔스타는 흑백 TV에서 잘 보이도록 디자인된 것으로 이름 역시 '텔레비전 스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후 흑백 무늬를 유지하던 월드컵 공인구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프랑스 국기의 3색에서 모티브를 딴 '트리콜로(Tricolore)'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색깔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축구공을 만드는 원단을 가공하는 기술과 인쇄기술의 발전한 것이 작용했는데 이는 이후 화려한 공인구 등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참고로 월드컵 공인구는 텔스타 이후로 아디다스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

흰색과 오렌지색 탁구공 /사진=프리픽

◇ 탁구공

탁구공의 크기와 무게, 재질은 꽤 변화를 겪어 왔다.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의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2000년 10월부터 탁구공의 구경이 38mm에서 40mm로 바뀌면서 무게도 2.5g에서 2.7g으로 달라졌다. 2014년 7월부터는 셀룰로이드로 만들던 탁구공을 플라스틱 소재로 변경했는데 이 역시 아시아 선수들을 견제하기 위한 이유와 셀룰로이드의 환경오염 및 항공수송 제한(화재위험)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에 비해 정식 대회에서 사용되는 탁구공 색깔은 큰 변화 없이 광택이 없는 흰색 또는 오렌지색으로 되어있다. 두 가지 색 중에서 탁구대 및 경기장 주변의 색상과 구분이 잘 되는 색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파란색 탁구대에서는 흰색 탁구공이 가시성이 높아 선정되는 식이다.

다만 국제탁구연맹(ITTF)이 2019년 연례총회에서 도쿄올림픽 이후 탁구공을 노란색으로 바꾸는 것을 상정하는 등 탁구공 색깔에 변화의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물론 선수들의 경기력과 TV 중계의 적합성을 고려해서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농구공 /사진=프리픽(master1305)

◇ 농구공

대한민국농구협회의 〈농구 경기 규칙서〉의 부록에는 농구공에 관한 규정이 정해져 있는데 '둥글어야 하며, 6.35mm 너비 이내의 검은색 솔기가 포함된 FIBA가 승인한 색조합의 어두운 오렌지색 또는 오렌지색 계열의 밝은 브라운의 공이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미국 NBA 역시 색에 관한 비슷한 규정을 가지고 있으며 승인받은 공만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경기 속도가 매우 빠르고 공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종목의 특성상 농구에서 공 색깔은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농구공은 갈색이었던 시절을 지나 가시성을 높이고 눈의 피로도는 낮추기 위해서 오렌지색으로 변경되는 과정을 거쳤다. 여기에는 1950년대 후반 대학 농구팀 감독이었던 토니 힝클(Tony Hinkle)의 공로가 큰데 그는 농구공 제조사인 스팔딩과 함께 개발에 나서 오렌지색 공을 정식 공인구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는 주변에서 다양한 색깔의 농구공을 볼 수 있지만 대부분 동호인들이 즐기는 용도나 기념품 혹은 팬 서비스 용이라고 보면 된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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