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이 1급 발암물질로 발표후
질산염이나 아질산염에 의존하지 않는 가공육류 생산도 증가
아질산나트륨 자체가 아니라 조리할 때 타서 생기는 니트로사민이 발암물질
건강하게 먹는법, 쌈 야채와 함께 먹기, 삶아서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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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아질산나트륨, 햄이나 소세지 자주 먹어도 되나요?[사진 출처=Pixabay]ⓒ포인트경제CG

햄이나 소세지의 색이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만드는 물질, 아질산 나트륨을 많이 먹었을 경우 우리 몸은 어떻게 될까? 

2015년 10월 세계보건기구(WHO)가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이 1급 발암물질로 발표하면서 한때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가공육은 알코올, 석면 및 담배와 함께 120가지 입증된 발암 물질 그룹에 포함되어 있어 베이컨이 흡연과 마찬가지로 치명적이었음을 알리는 큰 표제가 되었다. 

Cancer Research UK 에 따르면 , 영국에서 가공 또는 붉은 고기를 아무도 먹지 않는다면 암이 8,800 건 더 적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영국의 도로에서 매년 사망하는 사람들의 4 배에 해당한다.)

햄과 베이컨을 즐겨먹는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뉴스는 충격적이었고, 특히 어린이들에게 더 위험하다고 하여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햄을 안먹이는게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쉽게 햄과 소시지를 소비하고 있고, 식당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반찬이기도 하다. 

과연 논쟁의 중심인 아질산 나트륨은 무엇이며, 건강하게 가공육을 먹을 방법은 없는걸까? 

아질산 나트륨 화학식과 설명 [자료 출처=위키피디아]ⓒ포인트경제CG

질산염이나 아질산염은 인간에게 섭취로 투여될 때 몸에서 일어나는 니트로소화 반응 때문에 국제 암 연구 기관(IARC)에서는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 있음"이라는 2A등급 발암 물질로 지정되어 있다.

아질산 나트륨에 들어 있는 아질산염은 가공육류에 핑크색의 발색을 일으킬 때 주로 사용하는 물질이다. 아질산염이 고기 안의 미오글로빈과 반응해 색상 변화를 일으켜 처음에는 밝은 적색의 아질산 미오글리빈이 되는데 여기에 열을 가하면 분홍색에 가까운 니트로소혈색소가 된다.

육류 산업에서는 아질산염을 보툴리누스 중독 예방을 위해 사용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안전 우려 때문에 질산염이나 아질산염에 의존하지 않는 가공육류 생산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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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theguardian]ⓒ포인트경제CG

북 아일랜드 식품 제조업체인 Finnebrogue는 자사의 Naked Bacon은 방부제, 항균제 및 색소 정착액으로 첨가된 화학 물질 또는 천연 원료의 염을 함유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과일과 야채 추출물을 주입한 신선한 소금에 절인 돼지 고기와 비슷하고, 구식의 베이컨보다 더 부식성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냉장고에 보관하면 문제가 되지 않고, 그것은 생산이 빠르기 때문에 느리게 경화된 파르마 햄과 같은 다른 질산염이 없는 옵션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고기를 보존하는 데에는 소금을 이용한 염장이 사용되었다. 염장된 육류는 보통 갈색이나 회색을 띈다. 하지만 고기에 소금과 함께 아질산 나트륨을 첨가하면 햄이나 베이컨 등 가공육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홍색이나 빨강색으로 발색되는 효과를 준다.

1900년대 초에는 정밀하지 않게 대충 염지하는 방법이 유행했었다. 하지만 이후 아질산 나트륨을 식품 첨가물로 사용하는 것에 둘러싼 연구가 계속되면서 식품 첨가물의 역할을 극대화하며 필요한 양은 최소화하기 위하여 식품에 사용하는 양을 표준화하기 시작했다. 계속된 연구를 통해 아질산 나트륨은 고기에 특유의 맛과 색을 주는 것이 밝혀졌다.

여기엔 썩은 냄새를 유발하는 지질 산화와 식중독을 일으키는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아질산 나트륨이 이 두 문제를 해결하면서 육류의 저장 수명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먹기에 좋은 색과 향미를 끌어올렸다. 또한 육류 산업의 과학자들은 아질산 나트륨을 통해 식품위생도 향상시켰다고 말한다.

한편, 향미를 증진시키고, 미생물을 억제시키는데 탁월하지만, 발암 가능성이 있는 아질산 나트륨이 현재 우리가 먹는 가공육 제품에 어떻게 표시되어있는지 직접 확인해보았다. 

마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가공육 제품의 원재료명 함양 표시. ⓒ케미컬 뉴스
소시지, 훈제오리,프레스햄 제품의 원재료명 표기 확인 ⓒ케미컬 뉴스

원재료명 및 함량 표시부분 제일 마지막부분에 '아질산나트륨(발색제)'라고 표시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함유량이 어느정도인지는 알수가 없다. 그리고 워낙 작게 쓰여져있어서 눈이 꽤 좋은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정도의 글자크기이다. 제품포장이 워낙 작으니 그안에 모든 표시를 상세히 쓰기 힘들거란 생각은 들지만, 모든 성분표시 등은 크게 잘 보였으면 하는게 소비자 입장일 수 있겠다. 

사실 아질산나트륨 자체는 발암물질이 아니다. 그러나 조리할 때 타거나 너무 익게 되어 생성되는 니트로사민(N-nitrosamines)이 발암물질이다. 인체의 위액처럼 강산성 조건이나 가공과정에서도 생길 수 있다. 소금을 뿌려 말린 건어물에도 들어있다. 우리나라는 햄·소시지·명란젓· 연어알·고래고기 등에 쓰도록 허용하되, 아질산나트륨 잔류 농도를 70ppm 미만으로 규제하고 있다.

70년대에는 비타민 C·E 등 항산화제가 있는 조건에서는 니트로사민 생성이 억제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후 미국은 비타민 C를 최소 550ppm 같이 넣도록 한다. 현재 EU의 규제는 아질산나트륨이나 아질산칼륨 농도를 0.0625% 이하로 제한해서 소금 혼합물(E250)로 쓰도록 하고 있다.

아질산나트륨은 자연적으로도 존재한다. 인체의 소화과정에서도 생긴다. 야채에도 두루 들어있다(1.1-57 mg/kg). 그러나 시금치, 셀러리 등 채소에 든 것이 위험하지 않은 이유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함께 들어있어서다. 고기를 먹을 때 쌈이나 채소와 함께 먹는 이유는 매우 과학적이다.

채소에 든 아질산염 농도는 경작 방식, 비료 사용 빈도와 시간, 햇빛, 기온, 토양 성질 등에 따라 달라진다. 더운 온실에서 키운 채소는 야외 재배보다 아질산나트륨이 더 많다. 수경 재배한 잎이 많은 채소는 재래식 경작에 비해 농도가 높다. 지역에 따라서는 질소 비료, 가축과 인간의 분변 등으로 수질오염의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그래서 햄과 소세지를 더 건강하게 먹는 방법은? 
가공육을 건강하게 먹는 방법 [사진 출처=위키피디아]ⓒ케미컬 뉴스CG

1. 고기는 쌈 야채와 함께 먹기

대한영양사협회와 한국식품건강소통학회는 ‘육류와 함께 먹으면 발암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식품 10가지’로 깻잎, 부추, 마늘, 고추, 양파, 귤, 다시마, 김치, 우유, 녹차를 선정했다. 특히 깻잎에 많이 들어있는 베타카로틴은 고기를 구웠을 때 발생하는 발암성 물질을 줄여준다. 마늘에도 알리신이라는 암 예방 성분이 있고, 부추는 불용성 식이섬유가 유해물질을 빨아들여 가공육에 있는 물질을 대변으로 원활히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2. 직화구이보다 삶아서 먹기

물로 삶아서 조리하면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부터 더 안전하다는 것. 삶아서 조리하면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 유해물질이 구울 때보다 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흔히 고깃집에서 많이 사용하는 직화구이 방식의 조리법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직화구이를 할 때도 고기를 불판 위에 오래두면서 연기에 노출시키지 말고, 적은 양씩 빨리 구워 먹는 게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국민이 섭취하는 가공육의 양이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더 건강한 조리법으로 유해물질을 덜 먹도록 해야하고, 청소년의 가공육 섭취는 평균치의 2배 이상이라고 하니 학교 급식에서도 건강한 조리법과 교육이 필요하겠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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