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따뜻한 세상이란 것을 보여준 장례식장에 도착한 피자 두 판과 봉투
아마존의 성장 비결 중에 하나로 꼽히는 '피자 두 판의 법칙'
피자 두 판으로 가능성을 열었던 가상화폐 업계의 위기

피자 /사진=픽사베이
피자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말 안산의 한 장례식장에 도착한 피자 두 판의 사연은 보는 이들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소식을 전한 네티즌에 따르면 유가족들이 외할아버지 빈소를 지키는 와중에 어린 조카들을 달래기 위해 피자를 시켰다. 그런데 배달시킨 피자 옆에는 또 다른 봉투가 있었고, 봉투 겉면에 손으로 직접 적은 "상중이신 유가족 분들의 슬픔을 저희가 전부 가늠할 수는 없지만 식사하시는 중에라도 조금이나마 슬픔을 잊으시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작은 조의를 표합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도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봉투 안에는 조의금도 들어있었던 것.

당시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이 감동한 것은 물론이고 SNS 상에서는 피자가게를 "돈쭐(돈으로 혼쭐) 내주자"라는 분위기가 일기도 했다. 정작 피자가게 사장은 배달 장소가 장례식장이라는 것을 고려해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조의금과 편지를 보냈다고 담담하게 말해 사연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아마존닷컴의 창업자이자 CEO 제프 베이조스(중간)가 2016년 미국 국토안보부 귀화 수여식에서 제임스 스미스슨 200주년 기념 메달을 수상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성장 비결로 꼽히는 조직 구성에 '피자 두 판의 법칙(two-pizza team rule)'이라는 개념이 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조직과 회의를 위해 구성원을 피자 두 판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인원수로 설정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거대 규모의 조직이 중앙집중식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 기민한 대응이 어려워지고,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상은 낯설지 않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창업주 베이조스는 짧은 시간 많은 아이디어를 독려할 수 있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작은 규모의 조직 구성을 강조했다.

브레인스토밍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회의 규모. 피자 두 판의 의미는 회의의 질적 향상과 혁신을 실천하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가상화폐 /사진=픽사베이

5월 22일은 가상화폐 업계에서 특별한 기념일이다. 일명 '비트코인 피자데이'라고 해서 2010년 5월 22일, 1만 비트코인과 피자 두 판의 실물거래가 이루어진 것을 기념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의 가치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커녕 그 이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던 시절이지만 실제 비트코인이 지급수단으로서 기능한 첫 사건인 만큼 업계에서의 의미는 매우 크다. 이에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매년 5월 22일이 되면 피자를 매개로 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꼽히던 FTX의 파산으로 가상화폐 업계는 큰 충격과 함께 다시금 불신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파산을 일으킨 부채의 규모(최대 500억 달러 추산, 약 66조 원)도 규모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흔들리는 것에 더욱 심각성이 있다.

최초 피자 두 판과 바꾼 1만 비트코인은 지금 시세로 2200억 원에 이른다. 여전히 대단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금액이다. 하지만 피자 두 판의 가능성으로 시작된 가상화폐 업계는 그 존립을 걱정해야 할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임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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