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화학과 유자형 교수 연구팀
‘탄산탈수효소(CAIX)’를 암세포로 가는 길잡이로 이용
'산성도(pH)에 의해 활성 조절할 수 있는 약물’
세포 내 소기관인 리소좀의 산성도(pH)에 반응해 구조 바꾸고, 리소좀 파괴
새 약물은 중성에서는 세포 영향 줄 수 없고, 약산성 환경에서 암세포 공격 가능
JACS Au 속표지 선정

약물을 사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 중 표적 치료는 정상 세포에 해를 끼치지 않고 암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도록 고안된다. 암의 성장에 관여하는 분자에 표적 치료 약물이 영향을 미침으로써 작용해 분자 표적이라고 하는데, 모든 암이 분자 표적을 갖는 것은 아니라서 일부 암에만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연구팀이 암세포만 제거하는 표적 치료에 사용될 새로운 약물을 개발했다.

'미국화학회 골드지(JACS Au)' 속표지. 자기조립체가 리소좀 막을 훼손하는 모습. /이미지=UNIST 제공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이용훈) 화학과 유자형 교수 연구팀은 '산성도(pH)에 의해 활성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해당 연구는 논문명 'Spatiotemporal Self-Assembly of Peptide Amphiphiles by Carbonic Anhydrase IX-Targeting Induces Cancer-Lysosomal Membrane Disruption'으로 '미국화학회 골드지(JACS Au)' 속표지 논문으로 선정돼 출판됐다.

이 새로운 약물은 암세포 내 리소좀(lysosome, 단백질 분해 효소가 들어있는 세포 내의 작은 주머니)을 표적으로 삼아 파괴하면서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리소좀은 일반적으로 오래 지나서 못 쓰게 된 세포소기관을 파괴하거나 외부에서 들어온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물질들을 파괴한다.

이 약물은 중성(pH 7.4)에서 약하게 결합하고 표면에 음전하를 띠는 형태로 존재하는데, 비활성 상태이므로 세포에 영향을 줄 수 없는 반면, 약산성(pH 4.5) 환경에 놓이면 결합이 강해지고, 표면에 양전하를 띠면서 활성화된다.

"산성도가 pH 4.5인 환경에서는 세포막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새 약물이 암세포만 잘 골라내도록 암세포의 세포막에서만 많이 발현되는 ‘탄산탈수효소(CAIX)’를 길잡이로 이용했다"

pH 감응형 펩타이드의 세포 내 작용 기작: 암세포에 과발현된 탄산탈수효소를 표적으로 삼는 ‘pH 감응형 펩타이드’는 암세포 표면 세포막에서 그 농도가 증가한다. 이렇게 축적된 pH 감응형 펩타이드는 효소 주변에서 거대조립체가 되며, 효소에 의해 세포 내로 이입되며 리소좀에 축적된다. 이 물질은 리소좀의 산성도에 반응하면 거대조립체의 구조와 표면 전하가 변하고, 세포막에 직접 영향을 줘 세포 사멸을 유발한다. /연구 이미지=UNIST 제공

약물에 이 효소를 알아채는 분자를 붙인 것으로, 길잡이 삼은 약물은 암세포를 찾아내고, 약물의 양이 증가해 자기조립(self-assembly)을 이루면서 거대조립체가 된다. 거대조립체가 된 약물은 세포막을 뚫고 암세포로 들어가 리소좀에 쌓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리소좀은 세포 밖에서 들어온 온갖 물질을 모으고 처리하는 기관이다. 리소좀도 세포 활성을 위해 약산성(pH 4.5)으로 유지되므로, 거대구조체가 된 약물이 활성화되기 좋다. 암세포에 많은 효소를 따라 활성화된 약물이 리소좀 막을 파괴하면서 암세포도 사멸로 이끌게 되는 것"

이번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왼쪽부터 박가은 연구원, 김도현 연구원, 유자형 교수, 김상필 연구원) /사진=UNIST 제공

연구팀이 설계한 pH 감응형 펩타이드는 pH 7.4 환경에서 자기조립될 때 약한 내부 결합이 되면서 표면 전하가 음전하를 띤다. 하지만 pH 4.5 환경에서 자기조립될 때는 강한 내부 결합을 이루면서 표면 전하가 양전하를 띤다. 이로 인해 pH 4.5 환경에서 세포막과 상호작용이 더욱 활발해진다.

또한 암세포 효소 표적 리간드(Acetazolamide)를 가지고 있어, 암세포에 과발현된 CAIX(탄산탈수효소 9) 주위에 선택적으로 축적 및 자기조립체를 형성할 수 있다. 형성된 자기조립체는 효소에 의해 세포 내 이입되며 리소좀에 축적된다. 리소좀의 pH 4.5 환경과 반응해 자기조립체의 구조가 세포막과 더욱 상호작용 할 수 있는 구조로 변하며, 이로 인해 세포막 붕괴와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리소좀에 축적된 거대조립체가 활성화되면서 리소좀 막이 붕괴하고 세포 사멸을 유발하는 부분을 증명했다”며 “산성도(pH)에 의해 활성도가 조절되는 약물은 암세포 리소좀에 선택적으로 축적되므로 암세포만 제거하는 효과적인 항암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정상 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존 약물들의 부작용을 극복하고, pH 감응형 펩타이드를 통해 리소좀의 기능장애를 유발해 암 치료에서의 효과적인 전략을 보여주었으며, 연구팀은 향후 리소좀 표적 약물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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