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케이스, 분리배출 내용 불분명...커버·구성품 보통 코팅지로 재활용 불가
종이류로 분류되는 앨범 내 구성품,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 제도에 적용되지 않아
폐기물 부담금, 기획사들이 음반 판매로 올린 수익에 견주면 미미한 수준
"구성품과 앨범을 분리해 소비자들이 직접 원하는 굿즈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 '줄 세우기' 문화와 팬들의 경쟁심 자극하는 음반차트 시스템 투명 공개 전환"

17일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2016년에 1천만 장을 넘긴 이후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연간 음반 판매량은 올해 9월까지 6천만 장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음반 CD /사진=픽사베이 

K-POP 문화의 성장이 긍정적인 것은 맞지만, 문제는 팬들이 가수를 차트 상위권에 진입시키기 위해 여러 장의 앨범을 사고 구성품과 특전을 얻는 등 과잉 소비를 유도하는 판매 전략으로 소장용인 한 장의 앨범을 제외한 나머지가 분리배출되지 않은 채 박스더미로 버려지는 등의 쓰레기를 SNS를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는 것이다.

'앨범 깡(핀 한 명이 동일한 실물 음반을 중복 구매하는 행위)', '팬싸 컷(팬 사인회 커트라인)' 등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포토카드, 포스터 등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모든 구성품을 모으기 위해 구매하는 여러 장의 플라스틱을 구매하고 버려야 하는 피로와 죄책감도 K-POP 팬들의 몫이다.

음반을 구매해도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멤버별 포토카드의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경우의 수는 무한히 늘어나, 확률은 점점 더 낮아지는 상황들이 과잉 소비를 가져오고 사행심까지 불러일으킨다는 것. 이렇게 팬심과 사행심을 이용한 K-POP 업계의 판매전략은 앨범 판매량을 늘리는 동시에 음반 쓰레기를 대량으로 만들어낸다. 

연간 K-POP 피지컬앨범 판매량(왼쪽), K-POP 음반 버전 및 구성품 현황(오른쪽) /이미지=환경운동연합

플라스틱 소재가 많은 앨범 케이스는 분리배출에 대한 내용이 불분명하게 표기되어 있거나 커버와 구성품 또한 보통 코팅지로 재활용이 불가한 실정이다. 게다가 종이류로 분류되는 앨범 내 구성품은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 제도에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12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요 음반 기획사들이 최근 4년 동안 실물 음반의 플라스틱 쓰레기(CD, 포장재 등) 처리를 위해 정부로부터 부과받은 세금은 3억4천여 만원에 불과하고, 정부에 폐기물량을 신고하거나 정부 조사로 부과 대상이 된 업체는 모두 15곳인데, 이 가운데 연간 출고량 10톤(시디 약 58만 장) 미만인 기획사 8곳은 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실물 음반 '플라스틱 쓰레기세' 현황

지난달 한겨레 신문은 "수천만장의 플라스틱 음반을 팔아 막대한 이익을 거뒀지만, 지난 4년 동안 이들 기업에 부과된 플라스틱 쓰레기세는 하이브 1억2021만9420원, 에스엠 6807만1248원, 와이지 2724만1063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하이브의 경우 이달 초까지만 해도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누락되어 이피아르분담금(재활용부과금) 5500만원가량만 부과된 상태였는데, 지난달 의원실 자료 요청이 시작되자 2021년도 폐기물부담금 6500만원가량을 황급히 더했다는 것.

또한 음반 쓰레기 문제와 관련해 CD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디지팩이나 플랫폼 앨범을 선보이는 몇몇 기획사들의 마케팅이 '그린워싱(Greenwashing)'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와관련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하여 ▲소비자보호법 제 3조에 따라 소비자가 앨범을 구매할 때,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구성품과 앨범을 분리해 소비자들이 직접 원하는 굿즈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팬사인회와 팬미팅 등의 특전 제공에서 무작위 추첨 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줄 세우기' 문화와 팬들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음반차트의 집계 기준을 확실하게 공개해 시스템을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현재의 K-POP 문화는 아티스트 자체의 예술성보다 그들의 외형적 이미지만을 집중적으로 소비해, 팬들로 하여금 기형적 롤모델을 만들고, 팬들의 애정을 착취해 엔터사와 차트사 등의 기업이 이득을 취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도하게 양산된 쓰레기들이 지구를 오염시키고, 기후위기를 앞당긴다는 것으로 적절한 법제화와 제재를 통해 건강한 음악 생태계를 구축해 K-POP 문화의 유의미한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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