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일어났던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만감(萬感)을 느껴본다. [편집자주]

지금이야 우리나라도 마스크가 일상이 되었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실내외를 막론하고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다만 미세먼지 주의보나 황사가 빈번해지는 시기가 될 때는 조금 달랐다.

봄철 미세먼지의 기승은 마치 연례행사와 같아서 이 시기가 되면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 예보가 가장 부각되고, 각종 매체에서는 경각심과 대응을 강조하고 나서곤 했다. 그러다 보니 마스크 사용과 공기청정기의 저변 역시 서서히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여기에는 주식시장도 반응했다.

ㅇㄹㅇㄹ
수도권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뉴시스

일단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면 황사·미세먼지·공기청정기 섹터 등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됐다. 예를 들어 주말 간 예보를 통해 한 주간 미세먼지 수준에 대한 우려 섞인 뉴스가 나오면 월요일 시장에서 반응한다든지 중국발 강한 스모그가 예고되기라도 하면 강한 상승 재료로 작용하는 것이 보통의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지난 2019년 3월 19일 미세먼지 관련 3법(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 개정이 의결됐을 때 위닉스나 신일산업, 크린앤사이언스 등과 같은 관련 종목들은 줄줄이 신고가를 기록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미세먼지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봄철이 지나면 금세 다가오는 여름. 선명한 계절적 특성으로 인해 '여름'이라는 섹터가 형성되어 있고, 음식료·냉방기·제습기·스포츠 행사 관련주 등이 포함되며 다양한 종목들이 수혜를 노린다.

예년보다 심한 무더위가 예상되어 주류와 음료 판매량의 증가를 추정하는 보고서가 나오면 관련주들이 상승하고 복날이 다가오면 육계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공식에 가깝다. 눈여겨볼 것은 올해 상황이 달라진 스포츠 행사 관련주로, 최초의 겨울 월드컵으로 열린 '카타르 월드컵' 때문이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으로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와의 경기를 시청하며 응원하고 있는 붉은악마들 /사진=뉴시스

북반구 기준으로 여름에 열려왔던 월드컵과 하계 올림픽은 주식시장에서도 주요 이벤트로 통한다. 비록 몇 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야외활동 및 응원이 제한되었고 도쿄올림픽 역시 기대에 못 미쳤지만 초대형 스포츠 행사와 야외활동에 적절한 날씨는 소비 증가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치맥'이 단순한 조어가 아니라 실제적인 소비로 이어져 관련 종목들은 수혜주로 분류되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이 겨울에 진행되면서 이 같은 공식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야외 응원이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나 쌀쌀한 날씨로 인해 규모와 시간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 개막 직전까지 유효하게 작용하고 개막과 동시에 '재료 소멸'로 판정받는 주가의 흐름도 고려해 봐야 한다. 그러고 보면 그나마 크지도 않았던, 혹은 있었는지도 모를 이번 시세는 더 지켜볼 필요도 없이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