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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유도제 도입 신청 철회한 정부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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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유도제 도입 신청 철회한 정부를 규탄한다"
  • 김지연 기자
  • 승인 2022.12.2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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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비범죄화와 권리 보장 위한 실질적인 법과 제도 마련해야"
28일, 안전한 임신 중지 권리가 모두에게 보장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현대약품 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지미소정(Mifegymiso)' 품목허가 신청 취하
식약처, 향후 현대약품이 재신청 시 보완사항 중심 심사 예정

3년 8개월 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지난해 1월부터 입법시한 만료에 따라 낙태죄가 효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정부는 임신중지를 의료서비스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와 체계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유산유도제 즉각 도입, 임신중지 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재생산 및 성에 관한 건강과 권리 포괄적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신중지 의료비 부담은 여전하며, 건강보험 적용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성 단체와 시민 단체 등은 임신 중지(낙태) 비범죄화와 권리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28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권리보장을위한네트워크(이하 모임넷)이 안전한 임신 중지 권리가 모두에게 보장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고 26일 밝혔다. 

모임넷은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시민건강연구소 등을 비롯한 30여 개 시민단체들이 지난 8월에 출범한 네트워크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983년부터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인권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제 비범죄화를 넘어 임신중지 권리보장으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기에 전혀 따라오고 있지 않다"

지난 12월 15일 유산유도제 도입이 미뤄지다가 끝내 제약사에 의해 자진 취하되었다. 다음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대약품의 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지미소정(Mifegymiso)'의 품목허가 신청을 지난 15일 자진 취하함에 따라 허가심사 절차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미프지미소정의 주성분은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이며, 약물에 의한 자궁 내 임신중절의 효능과 효과를 가진다. 캐나다 성 건강·건강 단체 Action Canada에 따르면 이 약은 2015년 7월 29일 캐나다 보건부에서 승인했고, 2017년 1월부터 대중에게 제공되기 시작했다. 국내 허가 신청된 품목도 이와 동일한 의약품을 수입 신청한 것이라고 식약처은 언급하고 있다.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사용하여 임신 63일까지의 조기 임신을 종료하는 2제 복합제 낙태 알약, Mifegymiso / CBC 갈무리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사용하여 임신 63일까지의 조기 임신을 종료하는 2제 복합제, 낙태 알약, Mifegymiso / CBC 갈무리

다만 식약처는 향후 현대약품이 ‘미프지미소정’의 품목허가를 다시 신청하는 경우 이번 심사에서 제출되지 않은 보완사항을 중심으로 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임신 중지는 태아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위한 허용 범위가 모자보건법에 따라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신체·정신질환·전염성 질환, 강간·준강간·근친상간이나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기자회견문 전문>

유산유도제 도입 신청 철회, 정부 책임 규탄 기자회견
정부는 더 이상 기업과 국회 핑계 말고
유산유도제 도입, 건강보험 적용 확대로 재생산권리 보장하라!

우리는 새해를 앞두고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를 위한 정부의 책임을 다시 한번 묻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정부 여당은 여가부 폐지를 몰아붙이며 성평등을 후퇴시키고, ‘여성’을 하나의 권리주체가 아니라 인구정책의 수단으로 치부하는 기조를 강화하며 역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노동개악안을 비롯하여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 계획을 발표하는 등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정책을 연일 내놓아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임신중지 권리보장에 있어서도 이러한 퇴행적 기조는 마찬가지다. 시민들은 이제 비범죄화를 넘어 임신중지 권리보장으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기에 전혀 따라오고 있지 않다. 지난 12월 15일 유산유도제 도입이 정부와 주무부처의 방관과 태업 속에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끝내 제약사에 의해 자진 취하되었다. 의약품 접근성과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시민들의 권리가 침해된 이런 상황에는 합당한 이유도 없이 승인을 미뤄온 정부의 책임이 크다. 한편, 임신중지 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은 정부가 겉으로 입법절차나 제약회사를 탓할 뿐 정작 행정부 스스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탓이 크다. 우리는 임신중지 권리보장에 대한 책임을 지금처럼 방치하다가는 정부가 더 큰 역풍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하며, 재생산권리보장을 위해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유산유도제 도입 지연 과정에서의 정부 책임에 대해 상세히 밝혀라.

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해외에서는 30여 년간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는 유산유도제를 한국의 시민들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성분 의약품의 국내 도입이 승인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1년 7월 현대약품이 도입을 신청했지만 1년 5개월이라는 이례적으로 긴 기간 동안 식약처는 보완자료를 요구하며 승인을 미뤄왔고 끝내 지난 12월 15일 제약사 측에서 보완자료를 준비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신청을 취하했다. 제약산업 육성이라는 기조 아래 소위 ‘혁신제품’이라 불리는 의약품들은 검증절차도 생략하며 신속히 허가하면서, WHO 필수의약품인 안전한 유산유도제만 왜 유독 허가가 지연되고 까다로웠는지 시민들은 그 이유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그리고 제약회사 간의 논의 과정과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보았듯이 국무총리실 ‘커닝페이퍼’에서 입법 전까지 유산유도제 도입을 미루고자 하는 정부의 의중이 드러난 것이 전부다.

유산유도제 도입은 의약품 접근권의 문제이자 재생산 권리의 문제이다. 유산유도제 도입이 지연되는 동안 여전히 온라인에서 구입한 약을 불안한 마음으로 복용하거나, 병원에서조차 대체 약을 이용하거나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상황만이 이어지고 있다. 

WHO가 권고하는 필수의약품조차 제약사 의지에 따라 도입이 신청/취하되고, 주무부처가 무책임하게 승인을 지연시켜 시민의 권리가 보장받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을 우리는 강력하게 규탄한다. 지금까지의 일련의 상황으로 건강권과 의료접근성이 계속해서 침해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와 보건당국은 심각한 책임을 느끼고 이제라도 직접 나서서 유산유도제의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식약처는 추가로 요구한 보완자료가 무엇인지, 현재 안전성에 관한 근거가 이미 충분히 마련되어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도입에 나서지 않고 승인을 지연시킨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관해 그간의 모든 과정을 소상히 공개해야 할 것이다. 품목허가 신청을 취하한 현대약품에도 보완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해명할 것을 요구한다. 

둘째, 정부는 임신중지 건강보험 전면 적용 더 이상 미루지 말라.

현재 한국에서 유일한 선택지인 수술적 임신중지에 대해서도 정부는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 임신중지의 절대다수가 비급여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임신중지에 수반되는 경제적 부담이 심각한데도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2021년 임신중지 수술을 받은 여성 중 54.1%가 80만 원 이상 지출했고, 77.9%가 경제적 부담을 호소했다. 비용 문제로 1주 이상 임신중지가 지체됐다는 응답은 18.3%나 됐다. 그런데 모임넷이 9월 28일 보건복지부와의 면담을 통해 확인한 결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조차 임신중지 건강보장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부재한 상황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임신중지 급여화가 검토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법적 가이드라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부처들은 근 2년간 시종일관 법 개정만을 핑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동어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책임회피성 발언일 뿐이다. 유산유도제 도입, 건강보험 급여 대상 확대 모두 2021년 1월 1일 형법상 ‘낙태의 죄’의 실효가 사라진 직후부터 보건복지부가 책임지고 추진할 수 있는 일이었으며, 반드시 했어야 하는 일이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를 갖추는 일은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는 절대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임신중지 건강보험 보장 확대, 유산유도제의 조속한 도입, 성재생산건강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체계 보장을 촉구하며 모두의 임신중지 권리보장과 건강권을 위해 우리는 내년에도 더욱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다.

2022년 12월 28일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


 

케미컬뉴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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