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및 재고관리, CS 등을 대행해 주는 풀필먼트서비스
높은 투자비용과 진입장벽에 기업들의 협약 늘고 있어
쿠팡, 지난해 3분기에 첫 분기 흑자전환
매출 증가율 하락·비용 관리·신사업 성장 여부가 관건.. 비전펀드의 주식 매각은 부담
아마존의 '키바'와 같은 피킹 로봇을 접목해가는 쿠팡 물류센터
아마존 기준 다양한 로봇이 현장에서 활용되고 로봇 공학 강화 중.. 고용 축소는 예견될 수밖에 없어

이 기사 시리즈는 기자 본인이 쿠팡풀필먼트서비스 고양물류센터(이하 쿠팡 고양센터)에서 실제로 수개월(4월~12월)을 일하면서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1부. 쿠팡 고양센터에서의 경험, 단기(아르바이트)나 계약직 근로자로서 일과 환경으로 접할 수 있는 부분 등을 다룬다.
[르포] 쿠팡 고양물류센터 체험기 ①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의 작업 환경

2부.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대한 주요 이슈와 사회적 관심, 문제 제기 등을 다룬다. 지난 10월에 있었던 정종철 대표의 국정감사 질의응답과 노조의 입장, 기자의 경험에서 나온 문제의식도 담긴다.
[르포] 쿠팡 고양물류센터 체험기 ②-1 주요 이슈와 노조 입장
[르포] 쿠팡 고양물류센터 체험기 ②-2 안전과 보안 문제

3부.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영위하는 사업에 대한 이야기. 풀필먼트서비스가 대세가 되어가는 상황과 쿠팡의 현황, 자동화 등에 대한 내용이다.
 

대세가 되어가는 풀필먼트서비스

풀필먼트서비스는 물류 전문 업체가 물건 판매업체들의 위탁을 받아 보관·포장·배송·재고관리·교환 및 환불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를 말한다. 인터넷 쇼핑이 성장하던 초창기에 기업부터 개인사업자까지 자신들의 채널 또는 쇼핑 플랫폼을 통해서 직접판매를 하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형태다.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 안내 /이미지=쿠팡

판매자의 경우 배송 및 재고관리 외에도 시장분석·광고·마케팅·신제품 개발·회계 등 경영상에 신경 써야 하는 부문이 많다. 그러다 보니 배송 및 재고관리는 물론 CS(Customer Service 고객 관리) 부문까지 외주가 가능한 풀필먼트서비스가 매력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도입할 경우 상품 입고비용과 보관비용이 발생하지만 직접 판매시 필요한 물류처리 인건비와 창고 유지비 또는 대여비를 고려해 보면 상쇄되는 부분이다.

준비된 재고에 의한 빠른 상품 처리가 가능해서 배송 전반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이익이다. 풀필먼트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경우 충분한 재고를 유지한 상태에서 택배업을 병행하거나 택배회사와 연계되어 있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속도에 있어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사실 이런 풀필먼트서비스의 강점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진입장벽이 높다는 아이러니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거대한 규모의 물류보관 장소를 확보해야 하고, 신속한 배송을 담보하는 만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인원과 전문적인 시설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적인 배송망도 요건에 들어가기 때문에 풀필먼트서비스의 조건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쿠팡 물류센터 현황 /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유튜브 갈무리
쿠팡 물류센터 현황 /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유튜브 갈무리

국내외에서 아마존과 쿠팡이 앞서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이런 조건들에서 기인한다. 투자의 규모와 지속성은 물론 시간이 필요한 만큼 어지간한 규모의 기업은 시도하기 어렵다. 결국 자연스럽게 풀필먼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규모 있는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가 CJ대한통운, SK에너지와 협력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함께 24시 주문마감 서비스와 상품 도착일을 보장해 주는 '네이버 도착보장'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물류 데이터와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센터 및 택배 인프라의 결합에서 오는 시너지효과를 노리고 나선 것이다. SK에너지의 경우 전국 곳곳에 있는 주유소 부지를 거점 물류센터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2월 카페24와 풀필먼트 협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 대상 풀필먼트 제공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통해 '도착보장'과 국제특송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쿠팡의 흑자전환

2014년 로켓 배송을 시작한 이래로 모든 기간 모든 수치에서 적자를 기록하던 쿠팡이 처음 흑자 전환 소식을 전한 것이 지난해 1분기(1~3월) 실적이다. 물론 순이익이 아닌 로켓 배송과 로켓 프레시 등이 포함된 제품 커머스 부문 EBIDTA(상각 전 영업이익) 항목에서 287만 달러(약 36억 원) 첫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당시 4분기에 달성하려던 목표를 예상보다 빠르게 이뤘다며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콘퍼런스콜에서 '흑자'를 반복 강조,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의미 있는 흑자는 지난해 3분기(7월~9월) 영업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 7742만 달러(한화 약 1037억 원,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 1340.5원 적용), 당기순이익 9067만 달러(약 1215억 원)를 기록하며 첫 분기단위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여기에는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과 제품 커머스 부문의 지속적인 약진이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 /이미지=쿠팡

실제 지난해 6월부터 월 2900원이던 '와우 멤버십' 이용요금을 4990원으로 변경한 것이 3분기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어 수익성을 높이는데 큰 영향을 줬다. 쿠팡 측은 1분기부터 EBITDA가 흑자전환한 제품 커머스 부문이 2~3분기에도 꾸준히 높은 상승세를 보였으며, 특히 신선식품 배송 부문에서 손실이 줄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김의장은 머신 러닝 기술 기반의 수요예측과 포장 폐기물과 배송 차량 운행 횟수를 줄이는 선순환이 효과를 일으킨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쿠팡이 지속적인 흑자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간단하지 않다. 흑자전환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매출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 걸린다. 2020년 91%, 2021년 54%의 매출 증가를 기록, 2022년 매출 증가율은 11% 선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오프라인 쇼핑의 숨통이 트인 포스트 코로나를 고려하더라도 가파른 하락이다.

흑자전환의 배경으로 작용한 데에는 비용 축소도 한몫했는데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표면적으로 머신러닝에 의한 재고비용 감소가 도드라지고 이는 꾸준히 효과를 보일 수 있겠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물류센터 설립과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할 자동화 전환을 위한 투자를 고려하면 일단 모든 비용이 반영되는 4분기 실적 발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작은 부분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도 비용 관리가 진행 중임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 있다. 쿠팡 고양센터의 경우 2021년 정도까지만 하더라도 단기 사원의 일당에 1~2만 원의 추가 금액을 얹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이런 것들이 사라진 것은 물론 여름 이후에 단기 사원을 뽑는 날이나 규모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운행하는 셔틀버스 역시 줄어들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45편 안팎이었던 노선이 통폐합을 거치더니 퇴사할 때는 10여 편 가량 줄어들어 있었다. 일부 노선은 만석이라 몇몇 사원들은 퇴근  시 인근 노선을 타고 대중교통으로 귀가해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고양센터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내에서도 메가 센터에 속하고 주야간을 포함해서 수 천명 단위의 사람들이 일을 하는 곳이니 만큼 회사의 방향성이 가장 크게 반영되는 곳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유료구독형 RMC OTT 서비스 시장 점유율 /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유료구독형 RMC OTT 서비스 시장 점유율 / 공정거래위원회

쿠팡이츠·쿠팡 플레이·쿠팡파이낸셜과 같은 쿠팡의 신사업 성장도 관건이다. 이 사업들의 손실이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한 사업영역들이라 장담하기 힘들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가을 매각설 루머에 홍역을 치렀고, 쿠팡 플레이의 OTT시장 점유율은 4위(공정거래위원회 '유료구독형 RMC OTT 서비스 시장' 점유율, 2022년 1월~9월 기준)에 머물러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왼쪽)과 김범석 쿠팡 Inc의장(오른쪽) /사진=쿠팡

최근 비전펀드의 잇따른 쿠팡 주식 매각도 주목할 사안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운영하는 비전펀드는 쿠팡의 가장 큰 지원군이다. 그런데 2021년 9월 그리고 지난해 3월과 12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총 4조 원이 넘는 쿠팡 지분을 매각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전펀드의 자금난을 들 수 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의 하락세로 손실 규모가 커지다 보니 비전펀드 입장에서는 프리미엄이 붙어있는 쿠팡을 매각하면서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시장에서 바라볼 시선이다.

쿠팡은 지난해 10월부터 대만에서 로켓 배송을 시작, 대규모 풀필먼트센터를 지으면서 한국에서의 방식을 시도하고 나섰다. 이보다 앞선 6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하며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모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사업들이고 그만큼 투자자들의 지원이 중요한 상황이다. 여전히 최대주주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비전펀드의 지속적 매도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서히 하지만 분명히 다가오는 자동화

풀필먼트서비스 기업에서 가장 앞서는 기업은 아마존이다. 이런 아마존의 자동화 과정에서 가장 상징적인 기점을 꼽으라면 2012년 물류자동화 기업 '키바 시스템스(Kiva Systems)' 인수를 들 수 있다. 왜냐하면 인수와 함께 현장에 적용한 자율주행 로봇 '키바(Kiva)'가 물류센터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아마존 로봇 '키바' /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아마존 로봇 '키바' / 아마존 홈페이지 갈무리

키바는 쉽게 말해 이동식 선반을 머리에 이고 작업대에 있는 사원에게 가져다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직원들이 직접 돌아다니며 집품하는 기존의 전형적인 업무를 대체하는 형태다. 효과는 명확했다. 사람의 통로를 없애는 대신 활용 공간이 50% 가까이 늘었고 센터의 회전율을 5배 이상 증가시켰는가 하면 운용비용은 20% 절감하는 결과를 낳았다.

(왼쪽) 쿠팡 피킹 로봇 'AGV' (오른쪽) CJ대한통운 '셔틀 AGV' / 쿠팡풀필먼트서비스, CJ NEWSROOM 유튜브 갈무리
(왼쪽) 쿠팡 피킹 로봇 'AGV' (오른쪽) CJ대한통운 '셔틀 AGV' / 쿠팡풀필먼트서비스, CJ NEWSROOM 유튜브 갈무리

쿠팡 고양센터 1층에 가면 한쪽 벽면에 홍보영상을 띄워 놓고 있는데, 소위 '피킹 로봇'이라고 불리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 자율운반로봇)'에 관한 소개도 나온다. 아마존 키바와 매우 흡사한 형태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있는 선반을 작업자에게 가져다주는 로봇이다. 바닥에 있는 바코드를 읽으며 움직이고 장애물 감지·충돌 방지 기능으로 사고를 예방한다. 다만 고양센터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았고 일부 메가 센터에서만 도입되고 있는 수준이다.

어니·버트·스쿠터·커밋 / 아마존 유튜브
어니·버트·스쿠터·커밋 / 아마존 유튜브

2021년 6월 아마존은 4가지 새로운 로봇을 공개한 바 있다. 비교적 위험할 수 있는 선반에서 물건을 꺼내는 역할을 하는 어니(Ernie), 고정되어 있지 않고 자율 이동하며 근로자가 요청한 물건을 옮기는 버트(Bert), 무거운 물건을 운반할 스쿠터(Scooter), 빈 토트 상자를 운반하는 커밋(Kermit)이 그것이다. 이들 로봇은 위험하고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을 대체하는데 중점적인 목적이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물류센터용 로봇팔 '스패로우(Sparrow)'를 공개하기도 했다. 팔 끝에 7개의 고무가 부착된 스패로우는 상품을 직접 식별하고 선택,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존이 취급하는 수백만 개의 상품 중 65%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이렇듯 자동화의 핵심은 아무래도 로봇이다. 아마존이 지난해 로봇청소기 제조사 아이로봇(iRobot), 물류자동화 설계 및 제조기업 클루스터먼스(Cloostermans)를 인수하면서 로봇 공학 부문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자동화를 이야기할 때 항상 대두되는 문제가 고용의 축소다. 자동화를 거치면서도 100만 명 이상을 고용했다는 아마존은 항상 '언제나 인간 노동자와 함께 일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속도의 문제지 그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보인다. 어쩌면 앞으로의 몇 년이 풀필먼트서비스가 고용시장의 큰손으로 존재하는 시간의 정점이 아닐까 싶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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