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꼬르동 블루 런던 캠퍼스 '채식 전문 조리 과정'에 정규 편성된 사찰음식
해외 문화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사찰음식 시연과 시식
높은 완성도와 채식 선호 분위기 등이 인기 비결.. 레시피가 없어 한계도 없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꾸준히 각광받는 분야가 있다. 바로 사찰음식이다.

지난주 7~8일(현지시간)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 런던 캠퍼스에서는 한국 사찰음식 강의가 성황리에 진행됐다. 1895년 프랑스 파리의 요리학교로 출발한 르 꼬르동 블루는 소위 '세계 3대 요리학교' 중에 하나로 전 세계 29개 이상의 캠퍼스를 운영하는 곳이다.

르 코르동 블루에서 진행된 한국 사찰음식 조리 과정 실습. /사진=주영한국문화원 제공, 뉴시스

7일 강의는 채식 조리 정규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이론과 함께 연근죽·김두부찜·생강흑임자지짐 등의 시연 및 실습이 진행됐다. 강의를 맡은 법송 스님이 준비한 재료의 시식도 함께하며 높은 집중도를 보였다는 평가다.

8일에는 80여 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가 이뤄졌다. 마죽·파래호박국·연근무전 등의 시연이 펼쳐진 이 강의는 웹사이트 홍보만으로 3일 만에 매진되어 온라인 스트리밍을 추가하기도 했다.

이번 강의를 일회성이거나 단순 이벤트로 봐서는 안된다. 르 꼬르동 블루에서는 지난 2021년부터 사찰음식 강의를 '채식 조리 전문 과정(Plant-Based Culinary Arts)'에 정규 편성 시켰고 그 일환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문화행사를 진행할 때도 사찰음식은 빠지지 않는 콘텐츠다. 오프라인 행사가 회복되기 시작한 지난해 8월, 한미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서 뉴욕·시카고·로스앤젤레스(LA) 등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Discover Your Korea(당신의 한국을 찾아라)' 행사에서도 사찰음식 시식행사가 포함됐다.

9~10월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코리안 컬쳐 씬(Korean Cultural Scene)' 행사에서는 사찰음식 체험행사와 발우공양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불교의 나라'인 태국에서 태국 승려 110여 명과 함께한 발우공양은 큰 화제였고 의미가 있었다.

정관 스님 / '셰프의 테이블 시즌 3' 공식트레일러
정관 스님 / '셰프의 테이블 시즌 3' 공식트레일러

흥미로운 점은 미국 일대와 태국에서 열린 행사에서 사찰음식 행사를 진행한 주인공이 전남 백양사 천진암 암주 정관 스님이라는 것이다.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이기도 한 정관 스님은 2015년 뉴욕타임스에서 '요리하는 철학자'로 소개된 바 있고, 2017년 넷플릭스 프로그램 '셰프의 테이블(Chef's Table)'에 출연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인물이다. 불교문화인 사찰음식을 한국의 문화로 각인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왼쪽) 올리브 '한식대첩' (오른쪽)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방송 장면 / 각 방송사 공식유튜브
(왼쪽) 올리브 '한식대첩' (오른쪽)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방송 장면 / 각 방송사 공식유튜브

세계적인 관심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게 되는데 거기에는 전문가들도 포함된다. 유명 셰프들의 사찰음식을 경험하기 위한 방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TV 프로그램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이 과정들을 담기도 했다.

사찰음식이 음식 자체로서의 완성도도 높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게 요즘 시대에 공감과 인기를 얻는 비결이라는 해석도 있다. 더욱이 채식을 강조하고 선호하는 분위기에 그야말로 딱 맞는 메뉴라는 것.

정관 스님은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레시피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같이 요리하는 사람과 주어지는 재료가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레시피가 없는 만큼 한계도 없는 사찰음식이기에 앞으로의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지도 모른다.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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