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시작한 '퀵 커머스' 오는 21일로 종료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의 시장 과점을 극복할 차별성 부재
일본의 쇼핑 및 택배 문화와도 잘 맞지 않아
초고령화 사회와 아날로그 문화도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

쿠팡이 일본에서 사업을 철수한다. 2021년 6월 진출한 이래로 2년도 되지 않아 사업 정리를 결정한 것이다.

쿠팡재팬 홈페이지
쿠팡재팬 홈페이지

쿠팡재팬은 일본에서 '신선식품'과 '생활용품'을 최단 10분 만에 배송하는 '퀵 커머스'를 선보이며 도쿄 일부 지역에 진출했었다. 퀵 커머스는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하면 배달원이 오토바이 또는 자전거로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자체 다크 스토어는 물론 현지 백화점 다카시마야, 잡화점 다이소와 제휴를 맺고 5000여 점의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현지 매체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11일 쿠팡재팬이 배송 서비스를 오는 21일 종료한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와 인터뷰한 쿠팡재팬 관계자는 "서비스를 시험 운용한 결과를 바탕으로 철수를 결정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쿠팡이 일본 시장에서 철수하는 이유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기존에 자리 잡고 있는 경쟁자들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 꼽힌다.

이미 일본 이커머스 시장에는 아마존 재팬·라쿠텐·야후 재팬 쇼핑 등이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시장 과점 수준을 형성하고 있어 신규 사업자가 획기적인 차별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의 경우 지역 곳곳에 상당한 수준의 물류센터를 설립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더욱이 일본 면적은 남한의 3배를 훌쩍 넘기 때문에 진출하는 단계에서 시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결국 퀵 커머스를 차별화된 서비스로 꺼낸 것인데 일본인의 쇼핑 문화에는 크게 어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지역마다 대형마트가 자리하고 있고,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할 물품을 한 번에 구매하지만 일본에는 그런 문화가 없다. 오히려 우리로 치면 대형 슈퍼마켓들이나 잡화점 같은 것들이 주변에 많고 편의점도 발달되어 있어 그날그날 구매하는 경향이 높다. 신선식품과 생활용품을 빠르게 가져다준다고 해서 크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퀵 커머스 배달 / CBRE PROPERTY SEARCH 갈무리
퀵 커머스 배달 / CBRE PROPERTY SEARCH 갈무리

일본의 택배 배송 문화도 쉽지 않은 문제다. 우리나라와 달리 고객이 직접 받지 못하면 재배송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결국 비용이다. 도쿄 일부 지역에서 시도하는 서비스 단위로 이를 극복하기는 어려울뿐더러 고정비로 감안하고자 한다면 대규모 물류 시스템을 이식해야 가능한 부분이다.

일본이 초고령화 사회라는 점과 아날로그 문화가 짙은 점도 쿠팡의 철수에 작용한 것으로 언급된다. 아무래도 이커머스를 활용하는 데 있어 고령층은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고,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신규로 고객을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현금거래를 선호하는 것과 거래처를 쉽게 바꾸지 않는 문화도 걸림돌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사업의 성공과 실패는 늘 반복되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 일이 조금 색다르게 보이는 지점은 있다. 쿠팡의 대주주가 소프트뱅크 그룹(비전펀드)이고, 그룹의 총수는 손정의라는 점이다. 손정의 회장이 경영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쿠팡이 일본에서 철수하는 결과는 아무래도 조금 더 씁쓸하지 않을까 싶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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