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칼스버그 CEO 세스 하트, 여름 전까지 러시아 자산 매각 약속
러시아 정부의 까다로운 정책, 매수자 확보 등이 매각에 걸림돌
주주 이익과 전쟁 후 러시아에서의 사업 진행도 고려 사항

덴마크 맥주회사 칼스버그(Carlsberg)가 러시아에서 자산 매각에 나섰다. 최근 지난 8년간 칼스버그 그룹을 이끌었던 세스 하트(Cees't Hart) CEO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여름 전까지 러시아에서의 사업 정리를 약속하고 나선 것이다.

칼스버그 CEO 세스 하트 / 칼스버그
칼스버그 CEO 세스 하트 / 칼스버그

사실 칼스버그는 지난해 3월 러시아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자산 매각을 결정하며 러시아에 대한 투자 및 수출, 칼스버그 브랜드의 생산·판매·광고를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매각에 1년이 소요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개전 이후 러시아 정부의 정책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 내 자산을 매각하려면 재무부 장관의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절차에만 6~12개월이 소요된다. 석유나 금융 등 전략 부문 기업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승인까지 거쳐야 철수가 가능한 구조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폐쇄를 할 수도 없다. 기업 임의로 폐쇄할 경우 러시아 정부가 파산 상태로 간주해서 시설을 압류하고 국유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지 간부들이 기소될 위험도 있다.

적절한 매수자를 찾는 것도 문제였다. 칼스버그는 러시아에 ˈ발티카(Baltika)ˈ 공장 8개를 소유·운영 중이며, 55개가 넘는 브랜드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만만치 않은 규모이기 때문에 매수자를 구하고 가격 협상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러시아의 무알코올 음료 생산업체 '체르노골로프카(Chernogolovka)', 이스라엘의 음료 제조 및 유통 업체 'CBC', 맥주회사 'AB 인베브 에페스(AB InBev Efes)' 등이 칼스버그의 공장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곳들로 꼽힌다.

칼스버그 그룹
칼스버그 그룹

이달 초 뉴욕타임스는 예일대 최고경영자리더십연구소(CELI) 자료를 인용하며 러시아에 있던 글로벌 기업 1600곳 중 약 26%가 여전히 러시아에서 운영 중이라고 보도했다. 작년 12월 스위스 세인트갈렌대학교(St. Gallen) 연구팀이 발표한 데이터에서는 러시아에 자회사를 두고 있던 EU 및 G7 국가 기업 약 1400여 개 중 9% 미만 정도만 2022년 11월까지 매각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결과는 앞서 이야기한 매각이 까다롭다는 사실도 영향을 주지만 주주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과 전쟁 후에도 러시아에서 사업을 영위해야 하지 않겠냐는 견해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칼스버그의 매각이 더뎌진 부분도 전쟁 종료 후 러시아 자산을 다시 구입할 수 있는 자사주 매입 조항을 넣는 것이 주요 쟁점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칼스버그 후임 CEO 제이콥 아룹-안데르센 / 칼스버그
칼스버그 후임 CEO 제이콥 아룹-안데르센 / 칼스버그

한편, 현 CEO인 세스 하트의 후임으로는 제이콥 아룹-안데르센(Jacob Aarup-Andersen)이 선임됐다. 제이콥 아룹-안데르센은 60개국에 진출해 있는 시설 관리 서비스 회사 'ISS A/S' CEO 출신으로 높은 성과를 인정받은 전문경영인이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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