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일어났던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만감(萬感)을 느껴본다. [편집자주]

올해 첫 3개월 동안 주식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았던 테마 중에 하나가 인공지능 관련 테마다. 여기에는 지능형 로봇과 '챗GPT'로 대표되는 AI 챗봇 등이 포함되는데, 지난해 11월 출시된 'GPT-3.5'와 얼마 전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GPT-4'가 그 한가운데 있다.

오픈AI 홈페이지
오픈AI 홈페이지

이들 대화형 AI는 검색·요약·분석·번역 등의 성능에서 차원이 다른 수준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가능성의 한계를 가늠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연히 폭발적인 성장세도 기대되는 바 관련 종목들이 높은 시세를 일으켰던 것이다.

그런데 수혜주로 분류되던 셀바스AI·솔트룩스·마인즈랩 등이 종목이 지난주에 전반적인 하락 흐름을 보이다가 금요일에는 급락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챗GPT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일단 금요일의 하락은 미국의 비영리단체 '인공지능 및 디지털 정책센터(Center for AI and Digital Policy·CAIDP)'가 챗GPT 제작사 오픈AI를 연방거래위원회에(FTC)에 고발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는 GPT-4가 편향적이고 기만적이며 개인정보보호와 공공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GPT-4의 상업적 출시가 미국과 글로벌 규제를 위반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GPT-4와 같은 언어 모델 제품에 대한 추가 판매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CAIDP 측이 자신들의 주장에 구체적 설명을 동반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FTC에 고발됐다는 사실, 그리고 이에 대해 FTC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당장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미래의 삶 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가 AI 시스템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공개서한을 제안, AI 전문가들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는 점도 비슷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여기에는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와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튜링상 수상자 조슈아 벤지오 등이 동참하며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들은 AI 실험을 6개월간 중단할 것으로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현재 2800여 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는 중이다.

'미래의 삶 연구소' 트위터
'미래의 삶 연구소' 트위터

서명에 동참한 사람 중에 한 명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공동 기고문에서 GPT-4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AI 사용을 늦추고 이에 대한 통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AI의 언어 습득은 AI가 문명의 운영체제를 해킹하고 조작할 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라고 평가하며, "민주주의는 곧 대화이며 대화는 언어에 의존한다. 언어 체계가 해킹당하면 민주주의가 유지될 수 없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20세기 이후 인류의 기술발전 속도는 강한 표현이 쓰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가팔랐지만, AI 챗봇은 그야말로 특이점이란 표현 외에는 딱히 가져다 붙일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 기술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당분간 실험을 중단하자는 이야기의 실천은 기대되지 않지만, 두려움의 정체를 정리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노력은 반드시 거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늦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