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등장하는 와인 따르는 로봇, 기술력을 입증하는 하나의 방법
포도덩굴의 생리적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로봇 등장
스팀 청소부터 배럴 이동까지 자동화되어 있는 와인 저장고
화학적 분석과 고객의 선호도를 반영해서 와인을 추천하는 ' AI 소믈리에'

서양에서 와인은 단순히 술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식사의 일부분이자 그 자체가 문화로 자리하고 있다. 한편으론 긴 역사를 바탕으로 전통을 중시하고 보수적인 분위기도 어느 정도 남아있는 것이 와인 업계다.

그런데 이런 와인 업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와인의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과정에서 로봇과 AI의 활용이 가속화되며 과학적인 접근 및 관리가 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주방에서 로봇을 구현하는 예시에는 와인을 따라주는 로봇이 자주 등장한다. 와인의 의미도 의미겠거니와 와인을 문제없이 따르고 나르는 것만으로도 로봇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봇핸디(the Bot Handy)' / CNET 유튜브 갈무리
삼성 '봇핸디(the Bot Handy)' / CNET 유튜브 갈무리

지난 '2021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삼성은 '봇핸디(the Bot Handy)'를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영상 속 봇핸디는 빨랫감을 바구니에 넣고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싣는 등의 성능을 보여주면서 레드와인을 유리잔에 따라주는 역할도 문제없이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2 로보월드'에서는 현대로보틱스가 와인을 따르는 자율주행 서빙 로봇을 선보였는가 하면, 로봇 솔루션 플랫폼 마로솔은 지난달 있었던 '2023 스마트팩토리·자동화산업전'에서 협동로봇을 이용해 와인을 따르는 시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미국 코넬대에서는 포도밭을 돌아다니며 포도덩굴의 생리적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파이토파톨로봇(PhytoPatholoBots, PPB)'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여기서 얻는 데이터를 10년간 포도 육종 개발과 결합시키고, 재배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잎 하나하나의 화학적 수준까지 평가할 수 있도록 PPB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한다.

포도밭을 이동 중인 '파이토파톨로봇' / 코넬대 홈페이지
포도밭을 이동 중인 '파이토파톨로봇' / 코넬대 홈페이지

PPB는 미국 국립식품농업연구소 특수작물 연구 이니셔티브(NIFA-SCRI)를 통해 전국적으로 1000만 달러를 지원받아 새로운 4개년 프로젝트의 첫해 시작을 알리는 로봇이다. 이전 프로젝트에서 포도나무의 특성을 제어하는 많은 유전자들을 발견했다면, 이번 프로젝트에는 식물 병리학·컴퓨터 비전·AI·로봇 공학 등을 적용해서 유전학 및 기술적 혁신을 포도원에 적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의 포도 품종이 흰가루병과 노균병에 매우 취약한데 여전히 화학적 살균제를 사용하며 이를 예방하고 있다. 그래서 질병 감시는 물론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내성이 있는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PPB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설립 70주년을 맞은 스페인의 펠릭스 솔리스 아반티스(Félix Solís Avantis) 와이너리는 기념일에 맞춰 7000만 유로(약 990억 원)를 투입한 자동화 시설을 개장했다. 이 저장고는 18층 높이에 225리터 오크통 13만 개를 관리할 수 있으며 로봇 기술에 의해 자동화되어 있다.

펠릭스 솔리스 아반티스의 새로운 시설 전경과 내부 / 펠릭스 솔리스 아반티스 홈페이지 및 유튜브 갈무리
펠릭스 솔리스 아반티스의 새로운 시설 전경과 내부 / 펠릭스 솔리스 아반티스 홈페이지 및 유튜브 갈무리

펠릭스 솔리스 UK의 관리 책임자인 리처드 코크랜(Richard Cochrane)은 이 건물은 스팀 청소에서 배럴 이동까지 모든 과정이 기계로 수행되기 때문에 지게차도 없다고 소개한다. 이를 통해 기존에 12명의 직원들이 필요했던 것이 2명으로 줄어 인건비를 포함한 효율성을 대폭 향상됐다고 전하며, "장기적으로 비용 인플레이션을 피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한다.

이 시설의 또 다른 특징은 6000개의 태양광 발전 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도입으로 건물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충분한 전기를 생산한다.

미국 스타트업 테이스트리(Tastry)는 일명 'AI 소믈리에' 앱 '보틀 버드(BottleBird)'를 선보였다. 와인은 각양각색의 개성이 있고 마시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소믈리에의 도움을 받곤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을 부담 없이 매우 단순하게 바꿔주는 것이 AI 소믈리에다.

AI 소믈리에 앱 '보틀 버드(BottleBird)'
AI 소믈리에 앱 '보틀 버드(BottleBird)'

보틀 버드는 미국 전역의 와이너리에서 가져온 와인 샘플을 통해 수천 가지 화학적 특성을 테스트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태어났다. 여기에는 전문가들의 와인 평가를 학습한 내용도 포함되며 와인을 마시고자 하는 사람의 미각 설문 조사와 취향 선호도도 반영한 결과를 추천하게 된다.

AI 소믈리에의 강점은 무엇보다 데이터의 일관성이다. 사람의 감각 평가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지만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평가와 제안은 니즈에 대한 오차를 줄이는데 탁월하다는 설명이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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