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새로 발견한 강력한 곰팡이제거 물질에 ‘키아누마이신’ 이름 붙어
식물의 잿빛곰팡이병과 사람의 칸디다증에도 효과적인 친환경 물질

‘키아누 리브스’의 이름을 가진 강력한 천연 항진균 물질이 학계와 대중의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달 초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과학자들은 새로 발견한 화합물이 무자비하게 곰팡이를 해치우는 것을 보고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을 연상케 한다며 그의 이름을 따서 ‘키아누마이신(Keanumycins)’이라 이름 붙였다.

라이프니츠 천연물 연구 및 감염 생물학 연구소(Leibniz-HKI)의 세바스찬 괴체는 키아누마이신이 작물에 피해를 주는 잿빛곰팡이병의 원인균(Botrytis cinerea)을 효과적으로 죽이고 인간의 병원성 진균에도 효능이 있다고 전했다.

잿빛곰팡이병은 딸기, 포도를 포함한 200가지 이상의 식물에 영향을 끼친다. 회색 균사가 보송하게 표면을 뒤덮은 과실은 곧 물러서 썩고, 꽃과 가지는 말라버려서 상품성을 훼손한다. 축축하고 서늘한 날씨에 발생하기 쉬운 잿빛곰팡이병은 멀쩡하게 수확한 작물의 작은 흠집으로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저장고의 습도와 온도, 청결에 주의해야 한다. 징후가 있는 개체를 제거하고 살균제를 쓰면 방제가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생물적 대안은 없는 상태다.

칸디다는 사람의 위장이나 점막에서 일반적으로 살고 있는 진균인데, 건강할 때는 아무 위협이 되지 않다가 면역이 떨어진 틈을 타서 칸디다증을 일으킨다. 가장 흔한 원인균은 칸디다 알비칸스 (Candida albicans)다. 칸디다증은 입과 식도, 외음질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고, 혈액에 감염되면 내부 장기로 퍼져 사망까지 이르게도 한다. 항진균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모든 칸디다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려되는 것은 칸디다가 약제 내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연구원 메트 넬슨은 괴체 팀의 연구가 ‘미생물이 다른 유기체와 경쟁하고 싸우기 위해 진화’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전했다. 더불어 화학적인 항진균제와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놈들’을 상대하려면 그들을 능가할 새로운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키아누마이신의 항진균 기능 / 사진=미국화학학회

곰팡이에게 무자비한 이 ‘암살자’는 토양과 물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 ‘슈도모나스’에서 얻은 생분해성 천연 화합물이다. 살벌한 별명과 달리 식물과 인간에게 무해하며 환경에 친화적이다. 괴체는 키아누마이신이 화학 살충제의 대안이자 칸디다 증을 비롯한 항진균제의 약제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진균성 병원체의 표면에 구멍을 뚫고 출혈을 일으켜서 죽이는’ 이 물질은 괴체의 말대로 ‘암살자’ 또는 ‘청부살인자’라고 불릴 만하다. 그러나 키아누마이신이 ‘존 윅’과 다른 점이 있다. 슈도모나스는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박테리아라서 이것을 활용한 제품은 ‘몸값’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New york Post 갈무리

소식을 들은 리브스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질의응답 세션을 통해 "그 물질은 ‘존 윅’이라 불렸어야 한다"고 했지만 “멋지고 초현실적”이라며 과학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참고로 키아누 리브스 주연 액션 영화 '존 윅4'은 46%가 넘는 예매율을 기록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오늘 12일 개봉한다.

포인트경제 박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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