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수소보다 더 위험한 세·스·플(세슘·스트론튬·플루토늄)
편파적 국제원자력기구(IAEA), 친원전 국가 수장들의 지지, 정부 여당의 동조 조짐
우리나라는 '시찰단', 일본에서는 그저 '설명회'

일본이 올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21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시찰단이 21일부터 25일까지 후쿠시마 원전의 여과시설 점검을 진행하고 있는데, 왜 반발과 우려가 끊이지 않는지 몇 가지 짚어보기로 한다.


일본의 허술한 측정, 불투명한 자료, 폐쇄적 태도

방사능 오염에서 방사성 핵종 안전성의 핵심 척도는 60여 종에 이르지만 일본은 논란이 되는 삼중수소를 포함한 7~10개 종에 대해서만 정기 측정을 하고 있다. 그나마도 오염수 저장 탱크의 4분의 1 수준만 측정됐고 방사성 슬러지 폐기물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핵종에 대한 측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대응이 불가능해진다.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초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 사진 출처 - 뉴시스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초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 사진 출처 - 뉴시스

지난 1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미국 미들베리 국제 대학원의 페렝 달노키 베레스 교수는 도쿄전력이 제시한 9개의 방사성 핵종은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입증할 대표성이나 인과성이 없다고 전했다.

현재까지도 일본은 주민들이나 민간 제삼자 단체에서 후쿠시마 내 방사능 측정 요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타이완 시찰단도 시뮬레이션 시설 견학 정도에 그쳤다.


ALPS(다핵종제거시설)의 여과기능 의심

오염수에는 방사성 물질 외에도 고체 형태의 슬러지들이 존재한다. ALPS의 25개 필터가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기 전에 큰 이물질들로 하여금 고장이 나거나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도쿄전력(TEPCO)이 2019년 ALPS의 필터 손상을 감지하고도 별도의 원인 분석 없이 필터만 교체해서 계속 가동했다며 허술한 관리를 비난했다. 검사 결과 설치된 25곳의 필터들 가운데 24곳이 파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ALPS의 여과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일으키는 부분이다.

국제환경단체 에프오이제팬(FOE-Japan)에 의하면 ALPS를 거친 오염수에는 860조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포함되어 있다. 2010년 제1 원전 사고 이전 바다로 방류된 삼중수소가 2조 2천억 베크렐이라고 했을 때보다 390배 이상이다. 일본은 ALPS로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 원소를 제거할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측정결과 요오드-129, 루테늄-106, 스트론튬-90 등 다른 방사성 원소가 배출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환경단체 FOE-japan
ALPS를 거친 오염수에서 삼중수소를 제외한 62종의 방사성핵종 농도가 배출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최고 수준은 1만9909에 이른다 / 사진 출처 - 국제환경단체 FOE-japan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명예교수는 19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삼중수소와 더 위력이 강한 세·스·플(세슘·스트론튬·플루토늄)의 위험성에 대해 얘기했다.

"자연에서 반감기가 12년인 삼중수소는 약한 베타 방사선원으로 피부를 투과하지 못한다. 다만 먹이 사슬을 통해(생선 섭취 등) 인체에 들어왔을 때 배설되지 않은 일부가 혈액, 적혈구에 붙어서 몸속을 돌아다니다가 암이나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의식하지 못하고 연속으로 섭취했을 때의 위험성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세·스·플은 뭉치는 성질로 인해 방사능 위력이 삼중수소에 비해 10배에서 많게는 1000배 정도 강력하다. 이것들은 혈액정도가 아니고 근육과 뼈, 뇌에 붙어서 고형암(종양)을 일으킨다. 더 위험한 것은 피부도 뚫고 들어오는 감마선이라는 사실이다. 오염된 바다에 들어가기만 해도 피폭 위험이 있다는 소리다. 또한 세·스·플은 무겁기 때문에 바닥으로, 심해 저류를 통해 4-5개월이면 우리 해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

본격적인 오염수 방류가 이루어지지도 않은 2021년 2월에도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일본 정부 허용치의 5배에 해당하는 세슘이 검출되는 등 관련소식이 종종 일본 언론을 통해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편파적 국제원자력기구(IAEA), 친원전 국가 수장들의 지지

바다는 일본 혼자의 것이 아니다. 일본이 권고받는 형식을 취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적법성이 없다. 국제해양법재판소가 명하는 해양법 관련이나 환경평가연구기관들이 협동해서 국제 연구로 진행되고 국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IAEA의 전 사무총장 '아마노 유키야'는 이미 2015년 6건의 보고서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방류가 최선이라고 권고한 바 있다.

프랑스·미국·영국이 이끄는 G7(주요 7개국)는 후쿠시마 방류 계획을 승인하고 일본의 독립 검증에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중 미국·캐나다·프랑스·일본·영국 5개국은 원전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는 이들 국가들이 '과학과 해양 환경 보호보다 정치를 선택했다'라고 지난달 16일 사이트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린피스의 손 버니 위원은 '유엔 해양 협약은 국가 관할권을 벗어난 지역이나 타 국가에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는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며 "주변국은 일본 정부에 유엔 해양법 위반을 제기해야 한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괴담'으로 축소하는 여당

친원전의 정부와 여당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괴담'으로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일 국민의 힘에서 초청한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 명예교수 '웨이드 앨리슨'과 '공포 괴담과 후쿠시마'를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앞서 그는 기자회견에서 'ALPS로 여과한 오염수를 1리터, 아니 10배도 마실 수 있다'라고 답해 파문을 일으켰다. 또한 그는 '일본에서 내수용으로 사용할 정도로 안전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더 빨리 방류해야 한다, 굳이 일본에 둘 필요가 없다'라며 방류 동조 입장만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명예교수는 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그렇게 안전하다면 바다에 방류할 것 없이 일본의 상수도에 연결하면 될 일이다'라며 일갈했다.

후쿠시마를 비롯한 8개 권역의 수산물이 허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에는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의 성일종 위원장이 '국민 정서문제 때문에 수입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원전 오염수 방류에 동조하면 더 이상 후쿠시마 수산물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을 거듭 표명하며 20일 집회를 열자 국민의힘은 현재 민주당에 불거진 송영길, 김남국 사태를 내세워 내부 단속이나 하라며 국면 전환용 반일 선동이라고 논지에서 벗어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일본 방사선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행동의 날 / 사진 출처 - 뉴시스
일본 방사선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행동의 날 집회 / 사진 출처 - 뉴시스

의혹은 풀고 죄가 있다면 엄중히 단죄하면 될 일이다. 내부 단속이나 하면서 얌전히 있어야 하는 야당이란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국민 건강과 국제 해양 생태계와 직결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여야 상관없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일이다.


시찰단의 역할에 대한 의문

이번 전문가 시찰단에는 '민간'영역의 전문가가 배제됐다. 국내 언론이 동행하는 것도 불가하다. 일본 측의 요구 때문이다. 우리 측은 검사 장비를 가져가지도, 별도의 시료 채취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작년 IAEA에서 채취한 시료를 우리나라의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교차분석에 들어갔다는 이유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 시찰단이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관람'이나 '견학'이라는 소리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정부가 전문가 시찰단 명단을 비공개하면서 불신의 씨앗을 키우고 있다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 정부와 국내 언론이 '시찰단'이라고 부르는 전문가들의 '검증' 방문을 일본 외무성은 단순한 '설명회'라고 못 박아 양국의 온도차이를 보여준다.


국내외의 목소리

지난 1월 연합뉴스는 일본 정부가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주민의 이해도 구하지 않은 채 방류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일본 어업협동조합과 지역 사회의 목소리를 실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철회를 요구하는 일본 시위 / 사진 출처 - ARAB NEWS japan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철회를 요구하는 일본 시위 / 사진 출처 - ARAB NEWS japan

그린피스 제팬의 기후 에너지 운동가 카즈에 스즈키는 '장기적으로 오염수를 저장하고 처리해서 위험을 최소화하는 노력 대신 가장 저렴한 태평양 방류를 결정'한 일본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후쿠시마 주민들과 방류 계획을 중단하려는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14일과 30일에 부산 시민단체와 수산업계가, 18일 울산 시민단체와 울산 환경운동연합이, 19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같은 날 전남과 여수·광주 시민환경단체가, 20일에는 제주도민본부가 출범해서 '일본 방사능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을 촉구하며 결의를 다졌다.

부산
부산 수산업계 규탄대회 / 사진 출처 - 뉴시스

'국민 정서 때문에' 후쿠시마를 비롯한 일본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겠다는 정부와 여당이 왜 우리 국민들이 이토록 절규하는 모습은 외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기업들도 기후변화위기를 자각하고 친환경 기조를 실천하고 있는 시점, 제대로 처리됐는지도 불분명한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가 얼마나 무지한 결정인지 되새겨 볼 일이다.

포인트경제 박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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