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볕에 내 놓은 '자식'같은 화분을 훔쳐가는 화분도둑 기승
단기 쾌락 추구, 위험보다 대가가 더 크다고 느껴질 때 훔친다
아끼는 생물 절도는 잔인한 중범죄라는 인식 커져야

애지중지 키운 '자식'같은 화분을 훔쳐가는 파렴치한 사람들이 있다.

화분을 안고 있는 사람 / 사진 출처 - 프리픽
화분을 안고 있는 사람 / 사진 출처 - 프리픽

7일 경남 양산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게 앞에 내놓은 큰 화분 두 개를 도난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CCTV에 찍힌 모자로 추정되는 남녀를 어찌해야 하냐는 게시자의 글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며 공감하는 댓글과 신고 절차를 알려주는 댓글까지 달렸다.

2021년 울산 중구 원도심 일대 정원시설에서 꽃과 나무 등이 분실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주민이 화분을 훔쳐 간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중구는 앞서 2020년 5월 원도심 문화의 거리 공용 화분에 심겨 있던 다량의 패랭이꽃을 도난당한데 이어, 10월에도 교량 난간에 설치된 초화가 사라지자 해당 장소 인근에 도난방지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행정 계도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CCTV 영상에 찍힌 울산 원도심 뚝방길 화분 절도 장면. /사진=울산시 중구, 뉴시스

공들여 재배한 농작물이나 과실수를 훔쳐가는 사례도 있다. 3주 전 제주방송에서는 심어놓은 감귤나무 묘목 300그루를 도난당해서 묘목을 심어야 할 시기를 놓친 농민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며 없는 살림에 공부하고 싶은 심정을 헤아리는 옛말도 있지만 현재 이는 도둑질일 뿐이다. 하물며 주인이 오랫동안 관리하며 키운 생물까지 훔쳐가는 도둑, 그들의 동기는 무엇일까?

도둑질의 이유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호스팅기업 쇼피파이(shopify)의 '도둑질의 이유'를 살펴보면 대략 아래와 같다.

①일부 심리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 : 심리적 장애에는 우울증, 강박 장애, 도벽 등이 포함되며 불안에 압도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남의 물건을 집어 들기도 한다.

②경제적인 어려움 : 생필품을 훔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느낄 때 발생하는데 미혼모가 자녀의 이유식을 훔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③위험이 낮을수록 절도가 발생하기 쉬움 : 미국의 좀도둑 검거율은 48명 중 1명 꼴이다. 절도로 얻는 이득이 범죄의 대가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 절도를 부추긴다.

④친구나 가족이 절도를 강요하거나 영향력을 끼친 경우 : 자존감이 낮은 젊은 사람들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무리에 속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바탕이 된다.

⑤정서적 문제 : 만약 가진 돈이 없는데 갖고 싶은 물건이 보이면 급하게 쾌락을 얻기 위해 훔치게 된다는 것.

⑥스릴 추구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른 경우다. 범행 과정에서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을 잊지 못하고 절도를 반복하게 되는데, 훔친 물건으로 허세를 부리려는 젊은 층의 빈도가 높다.

cctv / 사진 출처 - 프리픽
지켜보는 cctv / 사진 출처 - 프리픽

이 중 화분도둑에 해당되는 것은 ③, ⑤ 정도일까? 그들은 몰래 훔쳐갔다가 블랙박스나 CCTV에 걸리면 '버린 줄 알았다'라고 태연하게 둘러대는 뻔뻔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올라온 수많은 화분절도 범행 영상 캡처를 보면 몇 번의 탐색을 거친 후 냅다 들고 달려가는 사람부터 인적이 드문 시간에 여유롭게 골라 들고 가는 사람까지 도둑의 모습은 다양했다.

도난당한 제주도의 감귤나무 묘목이 주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목격자들의 제보와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또한 철저한 단속과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아끼는 생물을 훔치는 것이 '자식'을 훔치는 것처럼 잔인한 범죄라는 인식이 커져야 할 것이다.

포인트경제 박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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