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폭식은 습관에 관여하는 뇌 회로 변경 시켜
먹는 행위에서 보상을 바라는 뇌 연결 강화 / 자제력 약화

누구나 극적인 사건을 겪거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면 음식 섭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지속적이라면 섭식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폭식 장애를 '습관'으로 보는 연구가 등장해 치료의 새로운 방향이 제시될 가능성이 열렸다.

기름진 음식들 / 사진 출처 - 프리픽
기름진 음식들 / 사진 출처 - 프리픽

스탠포드 대학의 의대생 앨런 왕과 연구팀은 사이언스 중개 의학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섭식 장애에서 인간의 습관 신경 회로가 교란될 수 있다'는 연구를 지난 3월 29일 발표했다.

규칙적인 좋은 생활 습관은 정신과 신체에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준다. 그러나 분명 나쁜 습관도 존재한다. 앨런 왕은 "뇌의 습관 형성이 폭식과 같은 복잡한 행동과 관련이 있는지 관심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섭식 장애는 우울과 강박, 불안 등을 동반하며 신체 장기의 기능 상실과 합병증, 또는 극단적 선택 등을 이유로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질병이다. 신경성 식욕부진의 사망률이 가장 높고 2위가 신경성 폭식 장애이다.

연구진은 뇌 영상을 이용해 폭식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습관 형성을 촉진하는 신경 회로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 차이는 중증 장애에서 더 뚜렷했다. 연구진은 폭식 장애 치료의 어려움에 '습관적 요소'가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ㅇㅇㅇ
섭식행동 유형과 폭식빈도 / 사진 출처 -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Medical Xpress

연구진은 폭식 장애 진단을 받은 34명과 건강한 대조군 22명으로부터 뇌 활동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수집했다.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참가자들은 폭음과 폭식의 원인이 외부인지 내부인지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결과적으로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폭식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운동 피질과 보상 가치 평가의 안와 전두 피질이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또한 자제력을 조절하는 전대상 피질과의 연결은 약했다. 다시 말해 음식을 먹는 행위에서 맛과 같은 보상을 바라는 신경이 강해졌고 이를 자제하려는 통제력은 약해졌다는 뜻이다.

추가 영상 연구에서 습관 회로가 더 많이 변경된 환자는 뇌 영역에서 도파민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감소는 잦은 보상 자극이 장기간 높게 생성될 때 발생할 수 있다.

앨런 왕은 "섭식 장애는 성격의 결함이 아니라 뇌의 신체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라고 말했다.

폭식 장애를 '습관'에 기저 한 질병으로 보면 치료는 지금까지와 달라진다. 잘못된 신경 연결을 이해하고 전류를 사용하여 신경 활동을 변경하는 심부 뇌 자극 같은 표적 치료도 적용할 수 있다.

프린스턴대학의 임상 심리학자 레베카 보스웰은 이 연구가 여성에게만 한정된 점과 뇌 회로의 변경이 먼저인지 폭식 장애가 먼저인지 불분명한 점을 짚어냈다. 하지만 보스웰은 다른 강박 장애의 해로운 습관을 되돌리는 일부 약물과 전략이 폭식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음도 인정했다. (Science, 3월 29일)

연구진의 바람대로 후속 연구에서 남성을 포함한 대상 확대와 거식증을 비롯한 광범위한 섭식 장애에도 동일한 뇌 회로가 관여하는지 확인되어 새로운 치료의 길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

포인트경제 박찬서 기자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