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칩 이식하는 '뇌 임플란트', 지난달 FDA로부터 인체 임상시험 승인
뇌·신경질환 치료와 소통, 인공지능 분야에 큰 변화
상당한 수준 기술 필요.. 임상 시작 시기는 아직 미지수
20억 달러 수준의 기업 가치가 최근 50억 달러 수준으로 급등

일론 머스크의 생명공학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의 행보에 힘이 붙었다. 지난달 미 식품의약국(FDA)으로 부터 인체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것에 이어 기업가치가 50억 달러(약 6조 5000억 원)에 달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뉴럴링크가 진행하는 핵심 프로젝트는 뇌에 전자 칩을 이식해서 컴퓨터와 연결하는 '뇌 임플란트'다. 뇌에 이식된 칩을 통해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뇌와 컴퓨터 간의 통신을 가능케 하는 기술로 실명이나 마비, 치매와 같은 뇌·신경질환 치료에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생각만으로 소통한다거나 인공지능과의 연결까지도 계획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뉴럴링크의 기술에 대해 "시각을 잃었거나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면서 "선천적으로 맹인으로 태어나 눈을 한 번도 쓰지 못한 사람도 시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해왔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021년 뇌에 칩을 이식한 원숭이가 조이스틱 없이 생각만으로 게임을 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다만 원숭이 뇌에 칩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가했다는 점이 불거져 '동물 학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비영리 단체인 '책임 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 위원회(PCRM)'가 공개한 기록에 따르면 실험에 참여한 23마리의 원숭이 중 최소 15마리가 후유증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안락사 되었다고 전해진다.

당초 머스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2021년 말까지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나 승인이 내려지지 않았다. 2022년 3월의 재신청도 1년이 훌쩍 지난 이번에서야 최종 승인을 얻었다.

뇌에 칩을 삽입하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주변 뇌조직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뇌 신경에 연결하는 정밀 수술은 물론 제거할 경우도 마찬가지로 안전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필수조건이다. 칩에 사용되는 배터리가 뇌에 영향을 주거나 유해성을 가질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외에도 해킹이나 폭발에 대한 우려도 지적되어왔다.

지난해 ‘쇼 앤드 텔(Show and Tell)’ 행사 장면 / 뉴럴링크 공식 유튜브 갈무리
지난해 ‘쇼 앤드 텔(Show and Tell)’ 행사 장면 / 뉴럴링크 공식 유튜브 갈무리

그래서 이번 임상시험의 승인은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승인은 안전성 시험과 대상 시험(벤치테스트)을 거쳐 합격점을 받았다는 것이고 이는 생체 적합성이나 기계적 결함의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뉴럴링크가 당장 실제 칩 이식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아직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하지 않은 상태고 유사한 기술의 경쟁상대인 싱크론(Synchron)의 경우 FDA 승인 이후 칩 이식까지 약 1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한편 이 같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는지 뉴럴링크의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1년 비공개 주식거래 시장에서 2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받았던 뉴럴링크의 가치가 50억 달러 수준으로 급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뇌 임플란트 기술의 상용화가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일단 시장에서의 기대감이 상당하다는 것은 분명하게 확인된 셈이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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