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부터 교량 공사 중인 미호천교-부실한 모래 제방
관할 기관의 업무 협조 체계 미흡, 각각의 책임감 부재
경찰, 전담 수사 본부로 원인 수사 착수
출근 시간이었다. 충청권에는 한 달 동안 내릴 비가 사흘 만에 쏟아졌다고 했다. 청주의 747번 버스는 침수 도로를 피해 기존 노선이 아닌 궁평2지하차도로 들어섰다. 이후 순식간에 차오른 흙탕물이 높이 4.5m, 길이 430m의 터널을 메우며 버스를 비롯한 차량 10여 대를 집어삼켰다...'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왜 막지 못했을까.

올여름엔 많은 비가 예상됐다. 실제로 이번 장마에서 가장 피해를 본 청주와 충남 공주, 청양, 세종시 등 충청권은 집중호우가 심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20일 간 중부와 남부 지방에 평균 424.1㎜~422.9㎜, 제주는 306.9㎜가 내렸고, 특히 청주의 경우 13일 이후 나흘 동안 474.0㎜의 비가 왔다. 지난 30년간 청주의 평균 장마기간에 내린 비가 344.7㎜라고 했을 때, 30%가 훌쩍 넘는 양이 사흘 만에 쏟아진 셈이다.
침수피해가 일어난 궁평2지하차도 옆엔 미호강이 있다. 미호천교와는 직선거리로 600m정도에 제방과는 200m 남짓되는 지하차도는 근처 논과 밭보다 지대가 낮다. 더욱이 지난 15일 8시 40분 제방이 무너져 사고의 원인이 된 미호강에는 당일 새벽 오전 4시 10분에 홍수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미호강 하천의 수위가 급격히 올라 오전 6시 30분에 이미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한 것으로 16일 충청타임즈가 전했다. 그런데도 미호천교 통행은 금지된 반면 지대가 낮아 침수가 예견되는 궁평2지하차도 통행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한 수년 전부터 교량공사 중인 미호천교에는 물을 막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제방이 없었다는 점도 사건 직후 조명되었다. 당일에도 모래로 된 임시제방을 쌓아 올린 것이 전부였다는 것이 알려졌다. 모래주머니도 아닌 그저 모래로 범람하는 강물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당시 금강홍수통제소와 청주시 흥덕구청은 10분 이내 미호강 홍수 경보에 따른 주민대피 필요를 시청 하천과 와 안전정책과에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도로를 관리하는 충청북도에는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충청북도도 상황에 따라 차량 통제에 나설 수 있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흥덕구청 "자체 관리 시설이 아니라..."
충청북도 "짧은 시간에 물이 들이닥쳐서"
경찰 "자치 단체에 통제 권한 있어서"
KBS는 16일 관련 지자체와 경찰 등 기관들의 책임 떠밀기를 다뤘다. 흥덕구청은 '지하차도가 자체 관리 시설이 아니라서', 도로관리 주체인 충청북도는 '워낙 짧은 시간이 물이 들이닥쳐서', 경찰은 '자치 단체에 통제 권한이 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소방당국은 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나흘 째 실종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현재까지 발생한 사상자는 총 22명으로 부상자 9명, 사망자 13명이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실종자가 있을 수 있어 희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미호강의 홍수 경보에도 지하차도에 대해 관할기관이 교통통제를 하지 않은 점과 미호강 제방 붕괴 원인 등 과실 여부에 대해 전담 수사본부를 꾸려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17일 뉴시스가 전했다.
한편 6박 8일간의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폭우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말과 함께 "복구 작업과 재난 피해에 대한 지원 역시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하여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 주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케미컬뉴스 박찬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