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Nature Com. 게재... "차폐 산업발전에 기여할 것"
국내 연구진이 위험한 방사선 빛줄기 중성자를 더 효율적으로 다양한 물질의 표면에 저렴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저비용과 대량 생산이 가능해 차폐 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9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반도체 소재·부품대학원 및 신소재공학과 권순용 교수 연구팀은 방사선에 포함된 중성자를 막을 수 있는 차폐막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명 'Robust 2D layered MXene matrix-boron carbide hybrid films for neutron radiation shielding'로 지난달 31일 자로 온라인 출판됐다.
큰 면적에 사용 가능하며 가볍고 유연한 차폐막
방사선에 포함된 중성자(Neutron)는 원자력 발전, 의료기기, 항공·우주산업 등 필수적으로 사용되지만 유출될 경우 매우 위험한 입자다. 전기소자나 인체를 구성하는 원자들은 중성자와 만나게 되면 에너지를 전달받아 방사성 동위원소를 만들어 내고 짧은 시간에 강한 방사선을 내뿜게 되기 때문이다.
중성자는 다른 입자선들과 달리 전하를 띠지 않아 물질을 통과해 들어가는 투과력이 매우 높은데, 중성자를 차폐하기 위한 차폐막 제조 산업에서 중성자 흡수 물질인 탄화 붕소(Boron carbide, B4C)를 혼합한 구조재 개발이 핵심기술로 꼽힌다.

차폐 소재는 구조체 내에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붕소 또는 붕소 화합물을 첨가하게 되는데, 기계적 물성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있어 고농도 흡수재 함유에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고효율 중성자 차폐가 가능한 고농도 나노 탄화 붕소를 포함하는 고내구성 코팅형 차폐막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부위별, 기능별로 다양한 자유곡면 상에 코팅할 수 있는 페인팅 기술개발 연구를 수행했다.
권 교수 연구팀은 2차원 나노물질인 맥신(MXene)의 모체인 맥스(MAX phase)와 맥신을 직접 합성했다. 여기에 중성자를 흡수할 수 있는 탄화 붕소를 잘게 쪼개 맥신층 사이에 삽입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이를 바탕으로 큰 면적의 유연하고 가벼운 필름을 개발했다. 개발된 혼합물을 다양한 표면에 적용할 수 있는 페인팅 기술 또한 개발했다.
용어설명 :
맥신(MXene, Ti3C2Tx)은 금속층과 탄소층이 교대로 쌓인 구조로 원자층 수준으로 두께로 얇고 표면 활성 면적은 넓은 2차원 나노소재이다. 높은 전기전도도와 용매 분산성이 공존해 다양한 소재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다.
권순용 교수는 “개발한 맥신-탄화 붕소 복합체 차폐막은 수십 마이크로미터 두께로 기존 상용 물질 대비 1천 배 이상 얇고 페인트를 칠하듯 다양한 표면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한주형(공동 제1저자) 신소재공학과 연구원은 “맥신과 탄화 붕소의 특성을 조절해 두 물질의 혼합용액 안정성을 향상했다”며 “안정화된 맥신-탄화 붕소 혼합용액으로 큰 면적의 가볍고 유연한 차폐막을 만들었고, 실험을 통해 다양한 물체의 표면에 페인트처럼 적용 가능함을 입증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차폐막은 내부에 기포 구멍이 수십 나노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치밀한 구조를 가진다. 즉, 기존에 사용됐던 고분자 기반의 복합체와 비교해 우수한 기계적 성질을 나타낼 수 있다. 열처리 등 추가적인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혼합 구조체 제조가 가능하다.

석시현(공동 제1저자) 신소재공학과 연구원은 “코팅막을 입힌 나일론 복합체는 2만 번 이상의 굽힘 테스트에서도 최대 98%까지 원형을 유지하며 그 안정성을 보였다”며 “밀리그램 단위의 탄화 붕소 사용에도 높은 중성자 차폐율(30mg 사용 시 40%)을 보여 그 우수성을 입증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권 교수는 “새로 개발한 복합체 제작 기술은 실용적이고 복합한 장비나 공정이 필요하지 않지만, 원하는 두께와 면적을 가지는 중성자 차폐 코팅막을 쉽게 구현할 수 있다. 맥신 소재 코팅기술의 가능성을 확장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응용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케미컬뉴스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