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뇌염 환자 189명 중 146명(77.2%)이 9, 10월에 발생
한 번 감염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
일본뇌염은 치료법이 없고, 예방이 최선
감기로 오인하기 쉬운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출처=픽사베이]
모기 [사진 출처=픽사베이]

올해 처음 일본뇌염 확진 환자가 사망해 보건당국이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달 29일 대구에 사는 80대 여성 A 씨가 일본뇌염 확진 판정을 받고 같은 날 숨졌다고 질병관리본부가 2일 밝혔다. 

최근 10년간 일본뇌염 환자 189명 중 146명(77.2%)이 9, 10월에 발생해 가을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일본뇌염,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등은 독감, A형 간염 등처럼 매년 수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감염병은 아니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 한 번 감염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 일본뇌염, 모기 매개 중 가장 사망자 많아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질병이다. 매개체인 모기의 활발한 활동으로 매년 10월 하순까지 많이 발생한다.

일본뇌염은 국내에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연평균 보고된 환자가 약 18.9명이다. 환자 수가 적은 셈이다.  

그러나 국내 모기 매개 감염병 중 같은 기간 가장 많은 사망자(27명)를 냈다. 말라리아(17명)를 압도했다.

일본뇌염은 걸리더라도 증상 없이 앓고 넘어가는 경우가 흔하다. 일부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에서는 5~15일 잠복기 후 갑자기 고열, 설사, 두통, 구토, 전신 무력감 등 증상을 시작으로 며칠 후 의식 변화, 국소 신경 장애, 운동 장애 등이 발생한다. 

단, 감염자 중 일부는 급성 뇌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 경우 30%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회복한 환자 중에도 장애율이 30~50%에 달한다. 

일본뇌염에 감염된 뒤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사전에 감염을 막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이나 뇌염 모기에 물리더라도 감염을 방지하려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보고된 환자 10명 중 9명은 40세 이상 연령층인 것으로 나타나 중장년층의 감염 주의가 당부된다. 40세 이후부터는 체내에 일본뇌염을 예방할 수 있는 항체 보유율이 점차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과거 백신을 맞은 적이 없으면서 일본뇌염 모기 접촉 위험성이 큰 곳 또는 베트남, 태국, 대만, 필리핀, 일본 등 일본뇌염 유행국가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고위험군으로 1회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일본뇌염처럼 모기를 매개로 하는 감염병은 일반적으로 여름철 주의 질환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11월까지도 환자 발생이 지속해서 보고된다. 

생후 12개월이 된 영유아는 표준 예방접종 일정에 따라 생백신 총 2회(생후 12개월 이상 연령에서 12~24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 접종 또는 사백신 총 5회 접종(생후 12~35개월에 1~3차 접종 후 만 6세에 4차, 만 12세에 5차 접종)하면 된다. 

성인은 단 한 번 접종으로 충분히 면역을 얻을 수 있다.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일본뇌염 백신은 이모젭주(사노피 파스퇴르), 녹십자세포배양일본뇌염백신주(GC녹십자), 보령세포배양일본뇌염백신주(보령바이오파마), 씨디제박스(글로박스) 등 4종이다. 
 

● 감기로 오인하기 쉬운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환자 수는 적지만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수막구균성 뇌수막염도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해마다 환자 5~17명과 사망자 0~1명이 보고됐다.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막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크게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세균성 뇌수막염 등으로 나뉜다. 건강한 사람에게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데다 최악의 경우 며칠 만에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치료 후 사지 절단, 뇌 손상, 시력 손실, 언어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중앙 신경계의 수막염: 경뇌막(dura mater), 거미줄막(arachnoid), 연뇌막(pia mater).[출처=위키피디아]
중앙 신경계의 수막염: 경뇌막(dura mater), 거미줄막(arachnoid), 연뇌막(pia mater).[사진 출처=SVG by Mysid ]

특히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과 달리 세균성인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급성으로 진행해 24~48시간 이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치명적이다. 

그런데도 초기 증상이 감기 몸살로 착각하기 쉬워 조기 진단이 어렵다.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획득해 두는 것이 최선이다. 

인구의 10~20%가 수막구균 무증상 보균자다. 건강한 보균자나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에 있던 수막구균이 기침이나 입맞춤할 때, 식기를 공유할 때 등 일상적인 접촉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단체 생활에 자주 노출되는 청소년, 대학교 기숙사생들에게서 많이 발병한다.

국내 허가된 4가 수막구균 단백접합백신은 메낙트라주(사노피 파스퇴르), 멘비오(GSK) 등 2종이 있다. 메낙트라주의 경우 생후 9~23개월은 3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고, 만 2세 이상 유아부터 55세 성인까지는 단 1회 접종하면 주요 혈청형 4가지(A, C, Y, W-135)에 의한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을 예방할 수 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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