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의 종자 바깥쪽 육질층이 악취를 풍긴다.
빌로볼과 은행산이라는 점액 물질이 있어 인체에 닿으면 염증 일으킴
은행알이 외부의 천적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 수단

동작구 가로수 은행나무에 은행이 열려있다. 2019.9.22 ⓒ포인트경제CG

가을 하면 떠오르는 노란 풍경의 은행나무는 가로수로 널리 쓰이며,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나무다.

그 익숙하고 아름다운 가을 빛깔보다 더 익숙한 것은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다. 이번 가을도 여김 없이 떨어진 은행들은 사람들의 발걸음에 터지고 퍼져 그 냄새를 맘껏 뿜어내고 있다.

서울 상도로 길가에 떨어진 은행 알 2019.9.22 ⓒ포인트경제

은행 열매는 사실 열매가 아니고, 씨(종자)라고 한다.

수확한 은행알(씨)
수확한 은행알(씨) [사진 출처=Michael w]

은행나무(銀杏--, 학명: Ginkgo biloba 깅크고 빌로바)는 겉씨식물에 속하는 낙엽성 교목이다. 공손수(公孫樹), 압각수(鴨脚樹)로도 부르며 한국·중국·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가을에 잎이 노랗게 물들며, 가로수 등으로 널리 활용된다. 은행나무문에서 유일하게 멸종하지 않고 현재까지 명맥이 이어져 온 나무다.

"은행(銀杏)"은 "은빛 살구"라는 뜻인데 흔히 열매로 여겨지는 은행나무 씨가 살구와 비슷하며 표면이 은빛 나는 흰 가루로 덮여 있어서 붙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나무는 겉씨식물이며, 흔히 열매로 여겨지는 은행알은 식물형태학적으로는 (종자)이다. 9~10월 무렵에 열리는 황색의 종자는 크게 바깥쪽 육질층(육질외종피, sarcotesta)과 딱딱한 중간 껍질(후벽내종피, sclerotesta), 그리고 그 안쪽의 얇은 껍질(내종피, endotesta)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황색의 육질외종피는 악취를 풍기며, 그 악취로 인해 각 지역에서 암나무와 관련된 민원이 매우 많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빌로볼과 은행산이라는 점액 물질이 있어 인체에 닿으면 염증을 일으킨다.

빌로볼 화학식 C 21 H 34 O 2 [이미지 출처=에드]

빌로볼은 긴 지방족 사슬 및 페놀 고리로 구성된 페놀성 지질의 일종인 알킬레조르시놀이다 화학적으로, 그것은 포이즌 아이비 에서 발견되는 자극제인 우루시올 과 구조가 유사하다. 그것은 피부에 강한 자극을 준다.

빌로볼과 은행산(ginkgoic acid)은 은행알이 외부의 천적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 수단이다. 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번식을 위한 종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냄새가 지독할수록 그 나름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은행알은 구워 먹거나 전골재료로도 사용되며 한방에서는 천식기침을 그치게 하는 데 쓴다고 한다.

은행나무의 씨에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종전에는 이 유독 성분이 청산칼륨과 비슷한 시안화물의 일종으로 추측이 되었지만 1985년 MPN (4-methoxypyridoxine)이라는 물질임이 밝혀졌다.

은행의 열매 날것 한 알에는 80µg의 MPN이 있고(MPN은 열에 안정적이므로 은행 열매를 가열해 조리를 해도 그 양의 변화는 거의 없다) 하루에 몇 알까지가 안전한 섭취량인지에 대한 확실한 정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도된 치명적인 중독 사례들을 보면 15~574알의 섭취만으로도 치사한 경우들이 있다. 치명적인 중독 사례의 상당수가 유아나 아동이며 치사율이 27% 정도였다. 그러므로 어린이의 경우에는 하루에 5알 이상을 먹거나 장기간에 걸쳐 섭취하는 경우에는 중독 증상이 발생할 수가 있고 사망에도 이를 수가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은행 열매에 의한 중독은 비타민 B6(pyridoxine)로 어느 정도 완화되거나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잎에서 추출되는 징코플라본글리코사이드는 혈액순환 개선제로 쓰인다.

은행 나무잎[출처=픽사베이]
은행 나무[사진 출처=픽사베이]

은행잎에는 해충이 싫어하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와 ‘터페노이드’가 함유되어 있다. ‘플라보노이드’와 ‘터페노이드’는 항균, 항암, 항바이러스, 항알레르기 및 항염증 활성을 지니는 성분으로 식물에서 기생충, 세균, 세포 손상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화학 복합물이다.

은행나무는 가을 단풍이 아름답고 병충해가 거의 없으며 넓고 짙은 그늘을 제공한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서 정자나무 또는 풍치수, 가로수로도 많이 심고 있다.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로, 암나무와 수나무가 있다. 은행은 암나무에서 열리며, 수나무에서 꽃가루가 날아와 수분한다. 씨를 맺기 전까지는 암수를 구별하기가 힘들었으나, 2011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은행잎을 이용해 수나무에만 존재하는 유전자 부위를 검색하여 1년생 이하의 어린나무까지 암수를 정확히 감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영등포구, 은행나무 암나무에서 수나무로 교체[제공=뉴시스]
영등포구, 은행나무 암나무에서 수나무로 교체[사진 제공=뉴시스]

한편, 서울 영등포구는 4억 원을 투입해 가을철 악취 주범인 은행나무 암나무 237그루를 수나무로 교체했다고 23일 밝혔다.

구는 올해 악취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여의도 주변 지역의 은행나무를 주로 바꿔 심었다. 여의도에 있는 은행나무 암나무는 980여 그루로 구 전체 암나무의 절반 이상이다.

구는 본격적으로 열매가 떨어지는 다음 달부터 은행나무 열매 조기 수확작업을 실시한다. 가을철 거리가 온통 은행 열매로 뒤덮여 악취가 풍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수확한 열매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검사를 거쳐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에 기증된다. 낙엽은 퇴비로 재활용된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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